힘든 순간에 언제나 매트 위로
마음이 파도처럼 불안한 가운데 편안하다.
시도때도 없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 하지 말걸, 해 볼걸 하는 - 후회와 온갖 잡념들이 하루종일 수십번씩 마음의 파도를 일으키고 지나간다.
- 내가 지금 한가로이 요가 지도자 수업을 들으며, 나 혼자만의 평온을 찾겠다고 이러고 있을 일인가?
- 내가 이걸 함으로 인해서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특히, 소중한 나의 가족이 불행해 지는 것은 아닐까?
- 나 조차도 마음이 편치 않는 환경에서 꾸역꾸역 해 나가야 하는데, 과연 이게 잘한 일이 맞나.. 지금이라도 무를까? 환불해달라고 사정해볼까?
어제 오늘, 갑자기 닥친 외부의 시련 앞에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깃발처럼 마음이 오락가락 머릿속이 복잡해 졌지만, 깃발을 매단 단단한 기둥은 넘어지지 않고 그저 ‘지금 해야한다. 어려울 수록 해야한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이란 없다.’ 하고 나를 매트 위에 서게 만들었다.
그놈의 요가가 무엇이라고…
나는 성인 군자도 아니고, 붓다도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다 한 들 될 수 없는 한낫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거늘. 왜 ‘현재’를 자각하고 의식하고,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 그리고 그저 그런 나를 ‘인식?’, ‘인지’ 하기에 심취되어 있는 것인가. 왜 자주 쓰지 않던 몸을 움직이느라 매일 근육통에 시달리며, 묘기와 같은 아사나를 위해 힘쓰는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나는 시간과 비용과 어쩌면 훗날 내 인생의 전반을 걸고 요가를 하고 있는가…
이 물음이 갑자기 오늘 나에게 쏳아져 온 것은 내가 지금 너무 힘들고 약해 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럴때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버티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저 즐겁고 여유있는 상황에서, 건강을 위해서, 또는 취미로 요가를 선택하지 않았다. 계속 요가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힘들었던 순간에, 최악이라 생각했던 상황에 만나 내면이 위로되고 안정되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간증도 아니고 어떤 영적 깨달음도 아니다. 그저 개인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나에게 요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가지고 와줌과 동시에 손끝에서 놓지 않고 있던, 미련 가득했던 욕심들을 그저 수단으로 변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 그런데 어떻게 그만 둘수 있으리… 지금 무너지면 두고두고 내 자신에게, 스스로에게 얼마나 미안할 것인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나아갈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최악의 최악에서 최악으로 넘어왔고,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난파 된 배 안에서 가장 큰 널판을 먼저 찾기로 했다. 널판을 찾으면 그 위에 올라타, 가장 가까운 섬을 향해, 혹은 지나가는 또 다른 배를 찾아 나아가면 된다.
요가가 나에게 준 용기이다.
Om Shanti Shan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