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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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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un 14. 2021

지나친 감사함은 죄스런 마음으로 귀결된다.

사랑에 대하여


날이 지날수록 깊게 남은 상처는 아물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상처가 회복되는 자리에 어떤 감정이 차오를지 두려웠었다. 증오보단 소중함이었으면, 원망보단 애틋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마음의 딱지가 떨어진다. 조금씩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이다. 미안함과 고마움.

나는 방법을 탓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급한 이별은 도리가 아니라는 감정에 치우친 마음은 그저 변명에 불과했다. 되돌리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었지만 그저 객기에 불과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내게 좋은 사람으로 견뎌줬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는 순간 내 마음에 남는 건 미안함 뿐이었다. 나로 인해 속박된 긴 세월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결국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물론 삶은 또 살아봐야 아는 것이지만. 오만가지의 감정이 지나가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선물해 준 상대에게 말로 표현키도 어려운 이 벅찬 감정을 더 이상 전해줄 수가 없다는 현실이 애석할 뿐이다. 나로 인해 지친 세월을 얼른 회복하고, 보상받았으면 하는 바람만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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