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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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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un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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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삶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쉼표를 갈망하는 이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표현해야만 했고,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던 사람의 상황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었다. 어쩌면 그가 말했던 진심은 상실이 아닌 휴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싫어하는 운명이란 두 글자에 결론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내 손으로 꼭 돌려놓고 싶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는 그저 지친 이의 숨통을 조인 이기적인 결과밖에 되지 않았다. 긴 쉼표일지도 몰랐을 미래를 내 손으로 마침표로 장식하고 말았다. 사랑하는 이에게 쉼표조차 허락하지 않는 마음이 과연 건강한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의 자세일까. 황망했다. 배려가 부족했던 과거를 배려 없이 끝내 버렸고, 비참한 결과는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그러나 비록 내겐 떠올리기도 싫은 마침표가 그에겐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쉼표이자 마침표였다면 나는 깊은 아쉬움을 끌어안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는 나의 만행을 조금이나마 용서받기 위한 비참한 속죄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애당초 자격이 없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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