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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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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ul 22. 2021

요즘은 기록을 모으는 중입니다.

스스로에 대하여


언젠가 한 아티스트가 TV에 나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가 어렸을 적 썼던 곡들을 들어보면 그때의 기억, 그때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아 그땐 이랬지, 저랬지.”


과거에 유독 집착하는 나에겐 너무나도 부러운 사실이었다. 당장 어제 일도 가물가물한 내겐 소중한 감정을 품고 살았던 과거의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해낼 리 없었다. 아티스트라도 됐어야 하는 건가란 바보 같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다. 평소에도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인데 예전엔 그 시간 자체를 애정 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 속에서 나의 빈틈에 집중해보고 있다. 그러던 중 내 인스타그램 첫 번째 피드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첫 피드부터 천천히 올라가며 약 1,000여 개 되는 피드를 쭉 살폈다. 별거 아닌 내용도 많았고, 고민하던 시절의 글, 친구들과 즐거웠던 시간들, 누군가에게 감사했던 기억들. 참 많은 글과 사진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그를 감상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시절의 나로 빠져들고 있었다.


맨 처음 피드를 확인 후, 화면 상단을 눌러 다시 최근 피드로 올라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아티스트가 아니면 어때.”


나는 내 나름대로의 기록을 갖고 있었고, 그 기록으로 하여금 과거를 충분히 아로새겨 볼 수 있었다. 감성적이고 여린 시절의 나.

과거와 지금의 나는 많은 차이를 갖고 있지만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나다. 오히려 이런 시간을 가져보니 다채로운 모습의 나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브런치를 비롯한 인스타그램, 블로그, 개인 메모장 등을 샅샅이 뒤지며 조금씩 글을 모았다. 실수가 잦고, 미숙했던 과거에 대한 부끄럼을 마주한다기 보단 나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건강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미숙했던 과거의 시간에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땐 그럴 필요가 있었을 거야.


나는 언제나 자신 있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현명하게 돌파하는 사람들을 애정 했다. 언젠간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시절을 막론하고 나의 기록을 하나둘씩 모으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나의 다채롭고 낯선 기록이 결국 지금의 '나'를 의미할 테니깐.


기록의 힘에 대해 다시금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가치에 대해선 부지런히 마음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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