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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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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un 29. 2021

다음엔 더 아름다운 꽃이 되길

사랑에 대하여



온 힘을 다해 아름답게 만개하여 찰나 동안 아낌없이 행복을 준 꽃.

늘 그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발하던 너였기에 나는 언제나 네가 그 자리를 지켜주리란 허술한 믿음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너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은 뒤로한 채, 내 삶과 마음이 바빠 시들어 가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받은 건 많았지만 내가 너에게 준 건 무엇하나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아름답게 발하던 색과 생기를 잃어 말라버린 잎사귀가 땅에 떨어진 뒤에야 아무 생각없이 오고 가던 내게 선물해줬던 소중한 날들을 깨닫게 된다. 나는 너를 바라보고, 사진까지 찍어가며 행복을 누릴 자격이나 있었을까. 앙상하게 남은 꽃대와 시든 가시만 남은 너를 바라보며 되려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내게 무한한 행복을 줬던 꽃. 너로 인해 아름다움도 알았지만, 너로 인해 모진 나 자신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내게 주기만 한 채 저버린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직 외마디뿐인 듯하다.

다음엔 더 세상에서 더 아름다운 꽃으로 만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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