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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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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Nov 18. 2021

스스로를 부정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야.

행복에 대하여


마지막 수능을 치른 지 어엿 10년이 지났다.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러 해동안 수험생 신분을 지내왔던 탓인지 11월 중순만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 미묘하다.


수능은  삶에 있어서 처음으로 '' 증명하는 시험이었다. 나는 그간 얼마나 성실한 학생으로 살아왔는가. 하지만 나는 수능의 기준에 맞춰 떳떳하게 스스로를 증명할 만큼 성실하거나 똑똑한 학생은 아니었다. 그렇게 수험생이란 꼬리표길어져갔고 그만큼 고민의 무게는 늘어만 갔다.


수년간의 교복생활은 오로지 이 하루를 위한 과정이었던 걸까 바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기회는 무한정 주어졌지만 횟수를 늘려갈 때마다 365일이라는 시간의 대가와 마음의 상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근심이 뒤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치 않았던 한 자리의 숫자는 내가 지나온 세월을 부정해 버렸다. 그렇게 나의 삶은 극단적이고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지금은  시절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비록 남다른 시험임은 틀림없지만 이 또한 삶의 과정이자 일환에 불과하다는 . 분명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여 얻는 사회적 이익도 막강하지만 세상은 그것만으로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정당했다고 생각했던 수년간 한강공원에서 남몰래 훔쳤던 눈물과  자신에 대한 진중한 고민의 세월이 없었더라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단단한 내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


그저 과정에 불과하단 말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나온 세월을 부정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란 , 그리고 시험을 치른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평범하루가 찾아온다는   말해주고 싶었다. 나를 대변해 주는 몇 가지의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스스로를 안아줄  있는 용기를 체험하는 것이  중요한 경험임을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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