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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un 05. 2022

22/06/01

22/06/01


모처럼만에 맞는 공휴일이지만 애석하게도 출근을 했다. 사실 패션업계의 일정이란 게 무를 깍둑 썰듯이 반듯하고, 정갈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 수 없다 위로하는 쪽이 훨씬 맘이 편했다. 더군다나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콘텐츠에 핵심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업적으로는 그다지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니었다. 쉬는 건 주말에 쉬어도 되니깐.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픽업하기 위해 성수동에 왔다. 1시 약속이었는데 일단 12시에 도착했다. 위치도 미리 찾아보고, 날도 좋아 거닐 겸. 물론 예상보다 무더운 탓에 거닐기는커녕 근처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글을 쓰는 중. 공간도 널찍하고, 사람도 없어 홀로 여유를 즐기기엔 충분했고 오늘은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는 시간도 좋았다.


오늘은 새로운 글을 쓰지 않고 노트에 적어둔 글들을 읽어보면서 수정해 나아갔다. 스르륵 읽다가도 툭 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꼭 수정했다. 물론 다시 수정하기 전의 표현으로 귀결될 때도 있지만 어쨌든 수정해 나아감으로써 더 매끄러워진다는 믿음이 생긴 탓이다. 실제로 몇 번씩 다시 보더라도 그만큼 계속 고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이제는 필수적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어디서 끊고 만족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여하간 발전한 것 같아 좋다는 뜻.


뜨거운 계절의 초입에 서있는 6월. 나는 되려 반대로 달아올라 있는 나 자신을 식힐 시간을 가져볼 예정이다. 내려놓는 법. 지금 쥐고 있는 많은 업무와 관계들을 가지 칠 계획. 피로와 권태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삶의 균형을 위한 에너지를 잘 비축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분배할 줄 아는 감각을 키워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진 다다익선으로 ‘무조건’ 많이 경험하는 걸 중시했지만, 이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이어나가고 싶다.


촬영은 잘 마무리됐다. 적절한 시간에 퇴근을 했고, 여름이 다가온 탓인지 여전히 세상은 밝은 상태를 유지했다. 스태프들과 헤어진 뒤 나는 또 다른 업무를 위해 약수로 움직였다. 상당히 피로하고, 힘들었지만 견뎌야 할 이유가 있었고 그 인내가 머지않은 좋은 미래의 자양분이 되어주리란 믿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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