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독백, '그 세계'와 멀어지려는 이유

조금 더 내밀한 행복을 위하여.

by 정영신


최근 잘 지내냐는 메시지들을 적잖이 받았습니다. 누군가 제게 안부를 묻는 일은 영 어색한지라 의아한 마음이었습니다. 갑자기 왜 친구들이 내게 안부를 묻는 것일까. 물론 한 친구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 뒤로 머릿속을 맴돌던 궁금증은 단숨에 사라져 버렸지만요.


최근 들어 ‘그 세계’와 멀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 세계’란 ‘SNS’정도가 되겠죠. SNS는 오랜 시간 동안 제 좋은 동료이자 제 자신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과 써 내려간 글들,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제 개인적인 정체성은 물론 좋은 관계를 다져가는데 적지 않는 수혜를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돌연 -줄곧 생각은 가져왔지만- 그 세계와 거리를 두게 된 이유는 다소 뻔하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한 이유를 쿨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역시나 쿨함은 제 기질이 아닌 듯싶습니다. 그래도 복잡한 것보단 투박하더라도 간결한 게 좋을 테니 어떻게든 설명을 이어가 볼까 합니다.


‘행복.’ 거리를 두게 된 진정한 이유는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생각의 서사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명색에 독백을 다루는 글인데 어느 정도의 구구절절은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SNS의 발전과 대두, 그로 인한 폐해. 이미 그 세계를 바라보는 해석과 평가는 다양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또한 이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이번에도 큰 틀을 벗어나진 않습니다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깊이로 이 고민에 대해 접근하게 됐습니다. 뭔가 평소처럼 연구적으로 바라보기보단 피로한 제 자신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하기 위한 노력이자 과정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자주 마주하곤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로소 자주 ‘인지’하게 된 것이죠. 그 순간의 행복을 잠시 잡아두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그 세계에 올릴 무언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거나, 머리와 마음에 이는 생각과 감정을 명문화하기보다 의무적으로 게재하기 위해 글을 쓴다거나. 잘잘못을 따질 수 없습니다만 제 기준에선 분명 적절치 않았습니다. 나름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간 걷잡을 수 없는 피로감에 매몰될 것 같은 기분을 지워낼 수 없었고, 이는 단순 머리를 넘어 마음을 강타한 제 나름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조금은 내밀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나만 즐기는 행복’입니다. 나 홀로 즐기는 행복에서 오는 에너지는 만만치 않습니다. 가령 비가 온 뒤 밤거리를 거닐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거나, 치열하게 살아낸 하루 끝에서 얼린 컵에 맥주를 따라 벌컥벌컥 마신다거나. 이런 사소한 행복을 공유하는 순간 그로부터 얻는 성취도 분명 있지만 한편으론 저만의 추억이 소모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의 소중한 순간과 추억이 누군가의 관심과 좋아요, 시선과 댓글로 닳는 듯한 느낌. 물론 제 손으로 올린 글이고, 이에 대한 타자의 관심을 저해의 대상이라 일컫는 건 온당치 않지만 일단 왠지 모르게 아쉽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나만 아는 행복 따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그 홀딱 발가벗겨진 듯한 모습을 딱히 좋은 기분이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보면 언젠가부터 남과 공유하지 않을 나만의 사진을 찍고, 글을 기록하는 일을 점점 더 등한시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만약 그 세계가 사라졌을 때, 내가 정신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가 사라졌을 때 나는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 그때쯤이면 스스로를 위한 진정한 행복, 나만 즐길 수 있는 그런 내밀한 행복에 대한 감각이 이미 사라져 버리진 않았을까. 실낱같은 긍정도 없는 무거운 생각만이 저의 바다에 내려앉습니다.


물론 이번 독백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언젠간 분명 다시 그 세계에 발을 들일 테니깐요. 지금은 필요에 의해 잠시 거리를 둔 것이라 보는 게 자기모순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필요에 의해’라는 표현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은 늘 한결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결같을 수도 없습니다. 이 말인즉슨 한결같음에 강박을 갖지 말라는 의미뿐 아니라 필요할 땐 과감하게 태세를 전환해도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지금 제게 그 세계보다 중요한 건 제 개인적인 행복을 찾아가는 힘일 겁니다. 이를 완전히 상실하기 전에 다시 그 감각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그 세계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분에게 ‘그 세계’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 세계와는 독립된 자신만의 세계를 잘 가꾸어 가고 계신가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믿음대로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여러분들 또한 스스로를 향한 독백을 통해 마음에 이는 자신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실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고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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