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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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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an 28. 2020

사치스러운 적적한 밤이 그립다.

하루의 가치에 대하여



'사회인'이란 명찰을 달게 된 뒤로 내 나름의 미래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은 점점 더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혼란은 아마 평생 함께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던 소중한 것들이 점점 내 곁을 떠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초래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가령 때 타지 않은 마음이나 적당한 햇발이 든 광화문 거리,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여유와 적적하게 보내던 잦은 밤과도 같은 것들.

현실을 따듯하게 채워주던 일상이 멀어지기 시작하며 그 평탄했던 하루가 어쩌면 사치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마음이 수척해졌다. 이는 단순히 내가 사회인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은연중에 내 어깨에 하나 둘 올라서는 무언의 책임감 때문일까. 그 자문에 대한 자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둠이 짙게 내려든 밤, 침대에 누워 무겁게 감도는 방안의 공기를 마음으로 찬찬히 느껴본지가 꽤 오래된 듯하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매일 똑같이 흘러드는 그 공기를 느껴보려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혹여나 앞으로도 재회가 어려울까 이젠 조금 두렵기도 하다.

어른들이 늘 말해왔던 성장이란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그 성장이 과연 잃어 버리는 일에 담담해질 수 있는 뭉뚝한 연필심과도 같은 무딘 맘이었을까.

난 오늘도 그 사치스러웠던 적적한 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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