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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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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Feb 29. 2020

단순한 생각에 앞서, 훌륭해지자.

자신에 대하여


늦둥이에, 남들보다 느지막이 사회인이 된 나는 늘 남모를 조급함을 안고 살았다.

얼른 성공해서 우리 부모님 호강시켜드려야지. 두 어깨에 짊어진 고단함의 무게를 얼른 줄여 드려야지. 이 의지가 내 숨 가쁜 삶의 원동력이기도, 남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를 완벽주의의 모태이기도 했다. 이러한 태도가 때론 순기능이 되기도, 때론 역기능이 될 때도 있지만 어쨌든 나의 선택지는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이 나의 꿈이니깐.'



날로 늘어가는 부모님의 귀밑 서리에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급함이 더 커져만 갔다. 마음 한구석이 아린 적도, 가끔씩 약진하는 나 자신을 질책하기도 했다.

이러다 시기를 놓치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꿈을 이루지 못하면 어떡하지.

고민은 늘 달갑지 않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잠시 어려운 생각에서 벗어나 좋은 생각을 하려 해도 쉽지 않았던 때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감정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시기를 거스르던 중 불현듯 하나의 생각이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성공, 꿈이 무엇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나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

그간 너무 물리적인 면에만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이지만 위 두 가지 물음을 자문했을 땐 결코 충분치 못한 대답이었다. 그보다 더 가치 있고, 그보다 더 훌륭한 대답이 있을 거야.


훌륭한 사람이 되자.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나의 모습, 내가 닿고자 하는 이상. 훌륭한 사람이 아닐까. 내 한마디에 힘이 실리도록 만들어주는 지위나 많은 불편한 점을 덜어줄 수 있는 경제력. 이보다 앞서 이뤄야 할 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난 훌륭해지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살아야 할까.


충실하자. 건강한 마음으로.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자.


비록 내가 지위와 부를 얻더라도 훌륭한 인품을 갖지 못한다면 나는 건강한 방식으로 내 사람들을 지켜내지 못할거야. 하지만 반대로 만약 지위와 부를 얻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인품을 갖는다면 조금 부족할진 몰라도 분명 나의 사람들을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겠지.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잊고 산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했음에,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에 쉼표를 찍어 줄 믿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다짐을 되새겨 본다. 조금 더디더라도 무너지지 말고 건강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자.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끄럼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매 순간 충실하자.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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