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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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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Feb 28. 2020

청춘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우리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에 대하여


지금도 청춘이라면 청춘이겠지만 조금 더 어린 나의 시절을 떠올려 본다. 무엇이든 서투르고 어색했던, 내세우기보단 감추고 잠잠했던 순간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활발하게 살았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지만 그땐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점점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조금 어리숙해도 뭐든 용서받을 수 있었고, 조금 어색해도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됐던 시절. 제약이라면 제약이라 말할 수 있는 학생이란 신분이었지만 적어도 선택의 폭이 더 넓었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니 좀 더 자유로웠을 때 정말 자유로이 날아볼 걸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아서. 아 그때가 청춘이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기쁜 날, 슬펐던 날의 구분 없이 모두 따듯하고 생기가 있었던 봄날과도 같이 기억된다.



그래서 청춘이라 하는구나.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따듯한 봄날 같아서. 남몰래 설레는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서던 순간이었고, 학생이란 신분으로 충실하게 살기만 해도 좋았던 때였으니깐. 여린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풋풋한 사랑으로 상대를 대하며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해도 좋았던 때니깐. 그땐 몰랐겠지. 그 시절이 정말 따듯한 순간이었단 걸.





나답지 않은 생각들을 자주 했던 요즘. 과거에 연연하지 않던 내 모습과는 다르게 회사 테라스에 앉아 그 시절을 회상하던 나. 모든 어색하게 느껴지던 순간들. 근데, 나 사실 지금도 청춘이라 생각해. 여전히 가슴이 뛰는 일이 있고, 지금도 미약하게나마 설렘을 안고 살아가니깐. 그저 내가 사치스럽게 누렸던 그 소소한 시간의 폭만 줄어들었을 뿐, 사회다 보니 뭐든 냉철하게 바라보고 고민하는 시간만 늘었을 뿐. 그때만이 청춘이 아니고, 그때만이 설렐 수 있는 날은 아니니깐.



잘못 생각했다. 바보같이 과거에 취해 봄은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지금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이 낯설고 안타깝게 생각했던 나머지.



그래, 사실 청춘이란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몰라. 그 시절이 청춘이었기에 아름다웠던 게 아니라 내가 지나온 세월이라서 아름다웠던 거야. 비록 지금의 하루가 더 수척하게 느껴질지라도 난 여전히 잘살고 있잖아.



테라스에 앉아 찰나의 시간 동안 스쳐간 생각들, 성찰 그리고 다시 돌아본 현실 그리고 나.



청춘만이 아름답다고 하기엔 우린 너무나도 소중하고 멋진 사람들이었다. 어리숙함에서 차근차근 헤어 나오고 있는 만큼 청춘이란 의미에 큰 뜻을 두기보다 우리이기에, 우리의 하루이기에 그리고 우리의 삶이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하자.



봄은 나의 과거 속에서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티끌 없이 깨끗한 하늘과 햇발을 바라보며 새 생명의 기운을 느꼈으니깐.



그 찰나의 순간 동안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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