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대하여
직관적이고 가감 없이 써내려 가는 글. 정돈되진 않았지만 솔직한 맘을 그려낸 표현들. 마치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추상화와도 같은 이 본능적인 글들은 써내려 가는 과정에선 흥분을 느끼지만 막상 마침표를 찍고 난 뒤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지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소위 고수라 칭하는 사람들을 이미 많은 글을 쓰고 지워봤던 경험 덕에 본능적으로 글을 쓰더라도 어느 정도의 구색을 갖추고 있지만 나처럼 어쭙잖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겐 아직 본능적인 글쓰기란 사치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가짜 마침표를 찍고 마치 러닝을 뛰고 숨을 고르며 집으로 돌아가듯 맨 윗 문단으로 향한다.
표현을 위한 어휘도 여전히 부족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잘 써진 글은 흐름이 좋은 글이었다. 자연스럽게 독자의 눈길을 닦아주는 그런 글. 빠르게 눈을 스쳐가도 마음에 감정을 내리꽂는 그런 글. 그런 글들을 만날 때면 적지 않은 흥분을 느끼곤 했고, 그런 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글에 리듬감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악, 특히 재즈와 아주 특별한 연을 맺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서 유독 매끄러운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글은 마치 능수능란하게 템포를 바꾸고 자유롭게 연주를 운영하는 재즈처럼 문단이 바뀌더라도, 이야기의 맥이 갑자기 전환이 되더라도 그 흐름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엇박자처럼 보이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매력으로 느껴지는 그의 흐름을 난 좋아했다.
그가 했던 말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역시 글의 리듬감에 관련한 이야기였다. 비록 사람의 감정선은 가지각색이지만 많은 감성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특히 그 무언가를 대변하는 리듬감에 동요되어 글들에 더욱 집중하고 이입될 수 있다는 사실. 나도 모르게 설렘을 느꼈다. 그리고 흥분됐다.
나는 전문적인 작가를 꿈꾸지는 않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이야기를 빌려 남들과 공감할 수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글들을 써 내려가기 위해선 나의 글에도 적당한 리듬감이 묻어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비록 그가 말하는 글의 리듬을 아직 시현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간 닿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의 마음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글과 리듬. 그 리듬에 한발자국 다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어쭙잖은 글을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