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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Mar 07. 2016

<뼈아픈 후회>
오늘도 나는 상처받지 않았다.

[뼈아픈 후회-황지우] 자존심이 센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합리화를 한다.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아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장작가의

요거트라디오



필자는 자타공인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여러 환경 속 난무하는 화살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이었다.


그것을 자랑스레 여겼다.

상처를 잘 받는 사람들을 비웃고

겉으로는 그들을 위로했을지언정 가슴한켠에서

정신력이 약하다며 조롱했을지도 모른다.


나를 지키는 법.

그것은 참으로 잔인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을 짓밟고 무시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들이 내게 돌을 던지기 전에

내가 먼저 불화살을 던지면 그만이었다.

그들보다 반박자 빠르게 뒷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의기양양했었고

나는 괜찮다며 저들에게 되려 미안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KBS2 <굿바이솔로> 中_김민희_"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쿨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나는"


그렇게 나는 상처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왜, 마음속에 상처는 낫지 않고 곪기만 하는 것일까.


어느 순간 주위를 돌아보니

나를 사랑한다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없었다.

내가 그들을 내치고 밀어낸 결과다.

혼자가 편했다.

그렇게 나에게 합리화를 한다.

외로움을 모른다고,

혼자가 편하다고,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호탕하게 웃어 보인다.


외출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방에 들어와 자연스레 문을 잠갔다.

거실에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엄습하는 외로움을 피하려

이불속에서 눈물을 훔친다.


나는 결코 외롭지 않다.

오늘도 나는, 상처받지 않았다.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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