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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Jun 16. 2016

어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3화] 초라해진 자신을 인정할 인간이 몇이나 될까

연출 / 홍종찬
극본 / 노희경
방영 기간 / 2016년 5월 13일 ~ 7월 2일




#참 별게 아닌, 죽고 사는 것

희자는 자살하기 위해 한강 다리 위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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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자(김혜자)
달빛, 곱다.
(...)
그간, 잘 살았지, 최희자?

자살하려던 희자를 발견한 경찰이 만류를 한다. 희자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지만, 이후 친구들의 도움으로 경찰서에서 나온 희자는 정아(나문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금세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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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완(고현정)
이모, 고개 넣어요. 위험해!

희자(김혜자)
너무 좋다. 살 거 같애.

정아(나문희)
죽겠다고 할 땐 언제고, 좋기는 지랄.

난희(고두심)
살아있으니 좋지! 정아 언니가 운전하는 차도 타보고.
한 번만 그런 짓 해봐, 확 그냥 다리 위에서 등 떠밀어 줄 테니까.

정아
너 왜 그랬냐.
대체 왜 그랬어.

희자
깨진 전구도 혼자서 못 갈고,
의사가 망상 있다고 그러고.
이러다 치매 거리면 우리 착한 민호도, 결국에는 화날 거고.
지치겠다 싶어서, 그냥.

너무 좋다 지금, 이 순간이.
박 완(고현정)
나에게 희자 이모를 몇 마디로 정의하라면 아주 쉽다. 
철없다. 막무가내다. 사차원이다.
그런데 그런 이모가 자살 시도라니.
추하지 않으려 꽃단장을 하고 혼자 밤길을 걸어와
한강 다리 위에서 쓸쓸한 이모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문득 한순간이고,
살고 싶은 이유도 기껏 한강 다리 불빛이나 바람 때문이라니.
어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연하. 
연하는 완이에게 자신의 다리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완이는 줄곧 피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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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하(조인성)
완아, 난 내 다리가 그리워.
그래도 하지 말까?
서울에 사는 아버지, 나랑 같이 사는 누나도, 내가 다리 얘기만 하면 고개를 돌리는데
그냥, 그리워 말까? 그리워도?

안 잊혀져도, 그냥 잊어?
그래도 생각나면 미친놈 왜 그런 걸 생각해하고, 내가 날 혼낼까?
내가 내 뺨이라도 칠까, 그럼 되나.
서연하(조인성)
난... 내 다리가 그리워, 완아.
그래서 이런 얘길 누구랑이라도 하고 싶어.
그리워서 뭘 어쩌겠냐고, 맞아, 뭘 어쩌지 못해.
근데, 그리우면, 그립다 말해도 되는 거 아닌가.

뛰고 싶고 수영하고 싶고 너랑 수영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그게 힘들어?
니가 좀 참아주면 안 될까. 난 말하고 싶은데.
내가 너랑 이런 이야길 할 수 없다면... 여기서 그만 관두자 우리.

안녕, 친구.




장작가의
요거트라디오



#1.0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귀찮음'으로 다가갔을 때.

혼자 힘으로는 도무지 어떤 것도 되지 않을 때.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여긴다.

죽어가는 자신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에, 
담담하게 인정할 용기를 지닌 인간이 얼마나 될까.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죽어가는 남자가 있다.
죽어간다는 게 거창한 게 아닌, 아주 사소한 곳, 도처에 널려있었다.
안경을 써도 보이지 않는 눈, 빠진다는 표현보단 벗겨진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는 머리카락,
어느 곳에서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것까지.

지금의 그는, 20대의 아들의 거침없는 소변 줄기마저 부럽다.
자기에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겠지. 
언제까지고 푸른 날들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이젠 인간의 기본 생리마저 맘처럼 되지 않는다.

그는 하루 종일 드라마를 본다.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봐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시간 때우기일 뿐이다.
다만, 노인들 이야기는 
보지 않는다.
자기와 같은 현실을 사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은 걸까.
젊고 푸릇한 사람들, 남들이 보기에 유치할지도 모를 10대들의 이야기를 찾아본다.
분명한 현실 도피다.

몸이 죽으면 사람은 땅 속으로 들어간다는데,
이 남자는 마음이 먼저 죽어, 끝없는 구덩이 속으로 파고든다.
누군가는 그를 붙잡고자 팔을 뻗어 보지만, 그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어느날 아들은 그에게 팔씨름을 제안했다.
그는 아버지를 늘 이길 수 없었고, 

언제까지고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기에 그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아직 아버지는 자신에게 큰 사람이라고, 아버지는 여전히 강하시다고 전하고 싶었다.
마지못해 다가오시던 그였는데, 이번에는 아들의 예상이 빗나갔다. 그는 아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맞다. 그는 언젠가부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팔씨름뿐만 아니라, 전선 가는 일에서도, 대화에 있어 오해가 있을 때도
고집을 피우고 자신이 맞다며 버럭 화부터 냈다.

늙어감이란 이런 걸까.
나이를 먹는다라는 게 몸도 마음도 작아지게 해서 

자신에게 한 켠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



나도 아직, 할 수 있어!


시간 앞에 장사 없다.

예쁘고 한없이 귀엽던 인형도 때가 타고 털이 뽑히면 추해지기 마련이다.
더 이상 누군가의 시선이 머물지 않고, 어쩌지 못하고 구석에 자리하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 늙는다.
20대 후반을 지나는 나도,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허덕이면서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는데, 
나 혼자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그때의 나는, 나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우리는 절대,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다.
단지, 어렴풋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2.0

다들 그녀에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그녀의 삶을, 모두에게 말했지만, 
정작 누군가에겐 말하지 못 했던 그 얘기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시간이 흘렀다고, 잊히는 이야기는 없더라 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걸까.
곪아있던 상처들이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진물 탓에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눈앞에 문제들이 난무하자, 그녀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가 미칠 듯이 뛴다. 앉아있는 다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고 떨기 시작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녀는 이리저리 눈을 굴려본다. 



이걸 외면하고서 이제껏 잘 살아왔는데 다시 직면하라니.


정말 이 방법 밖엔 해결책이 없는 걸까.
사실 그녀뿐 아니라 들어야만 하는, 그 대상들 모두 알고 있다.
단지, 회피했던 뿐이었다. 듣기에 버거운 이야기들이니까.

아팠던 사실들을 굳이 들춰 모두에게 생체기를 낼 필요는 없으니까.
아니,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적당히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힘든 이야기는 다락방 깊숙이 숨겨놓은 채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꺼내지도 못하는, 그렇게.

그녀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녀는 과거와 화해를 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이제는, 다락방에 올라가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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