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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Feb 20. 2017

사랑과 허기짐 그리고 타이밍

[감성 에세이] 배고픔도 사랑도, 그저 한 때에 불과하더라.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난다.
밥 달라는 신호다.

불행하게도 먹을 게 없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하며 참아보기로 한다.

설상가상,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참아내는 의지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것.
이때는 동물처럼 본능만 남아있을 뿐이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잔잔해진 바다처럼 고요해졌다.
애초에 허기 지지 않았던 사람처럼.

이때 눈앞에 음식들이 펼쳐진다.
몇 번 입으로 집어넣다 손을 내려놓는다.
먹는 것도 때가 있는 법.
간절히 원하던 것도 제때 오지 않으면 시큰둥해진다.

사랑도 그렇다.

마음 저리게 애틋했던 사랑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눅눅했던 마음에 수분기가 가시고 
보송함만 남게 되었을 때
다시 내 앞에 찾아왔다, 그 사랑이.

불행하게도 예전의 그 애절함은 사라지고
마음속 진한 자국만 남게 된 지금, 내 앞에 선 그 사랑이 낯설게 느껴진다.

미풍에 멈춰있던 것도 잠시,
공간을 옮겨 다른 곳에서 살 떨리게 이리저리 휘날려본다.


이곳에서 잔잔했다 하여
저곳에서 휘날리지 말란 법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두 손 바삐 
입으로 음식을 나르게 될 허기짐과 같다.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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