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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일본문학

by 안나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밀어닥치는 곳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바다와 가까운 해안에, 새까만 나무껍질을 자랑하는 산벚나무(山桜)가, 그것도

제법 커다란 벚나무, 두 그루 이상이 나란히 서 있어서, 신학기가 시작되면, 산벚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새순과 함께, 푸른 파도를 배경으로, 그 현란한 꽃을 피우고, 이어서 그 많은 꽃잎들이 하늘거리며 떨어질 때면, 해면을 하얀 꽃잎으로 장식하고 있다가, 파도가 밀려올 때면, 벚꽃잎도 같이 밀려왔다가, 다시 파도가 밀어닥칠 때면, 그 힘에 이끌려 다시 밀려나가곤 했습니다. 그런 벚나무 해변을 그대로 교정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북지역의 어느 중학교에, 저는 수험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입학할 수 있었습

니다. 그렇게, 그 중학교 모자의 기장(徽章)에도, 교복의 단추에도, 벚나무꽃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번역한 글이다.

가끔씩, 생각나는 내용이다.

특히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그 동네, 그 학교는

아직도 건재한지 어떤지 궁금해진다.

일본에 있을 때, 그곳을 가봐야지,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 결국 가보지 못했다.


이렇게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행동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나는, 동북 지진을 경험하며 그나마 달라졌다. 일단, 해보자로.



* 번역은, 너무나 힘든 세월을 보낼 때,

내가 그냥 무너져 내릴 것 같았던 그 시절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

번역은 쉽지 않다.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고, 그 나라의 풍습, 문화, 언어의 변화, 당시의 가치관 등을 생각하며 언어를 선택한다.

잘 나가다가 단어 하나가 생각나지 않으면

며칠을 걸리기도 한다.

예전에 번역했던 내용들을 다시 읽어 보면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자신 있게 보여주지 못한다. 아마, 그러다가 내 인생이 끝날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많은 책들이 나오지만 선뜻 읽고 싶은 책은 글쎄...


그러다, 좋은 글(나의 주관적)을 만날 때,

빨리 읽어치우고 싶지 않은, 천천히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그런 글을 만날 때, 가슴 가득히 채워지는 기쁨이 있다.

그러나, 그런 글은 많지 않다. (나의 주관적)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제1의 수기 첫 문장은

<부끄러움이 많은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라는 참회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돌아보면, 나의 고백이 되기도 하고,

우리들 모두의 고백이 되기도 한다.


자신 있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연약한 존재이다. 자주 넘어지며

자주 상처도 주며 자주 화도 내고 속상해하고

자신을 자책하며 후회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부족하기에 인간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벚나무 꽃이 다 떨어질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올해는 벚꽃 구경도 못하고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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