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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안 Sep 18. 2018

별이, 동생을 맞이하다2

그렇게 나는 또 한마리의 고양이를 함안에서 올려오게 되었다.


결심이 끝난후로 항상 그렇듯 길냥이들이 내게 오기까지 시간은 오래걸리지 않았다. 임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입양자가 생기는 일이야말로 가장 축복할 일이니 임보자님들은 항상 빠르고 유쾌하게 아이들을 보내주신다.


나는 별이가 어떤 태도로 둘째를 맞이할지 두근반 세근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물론 고양이의 영역동물의 습성을 알기에 별이에게 수십번 오늘 둘째가 올거야, 동생이 올거야, 널 위해 둘째가 올거야, 너두 이제 심심하지 않을거야 등등의 소리를 했지만, 알아들었을거라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는 둘째와의 만남
너무 놀라버린 별이
저게 무어냐옹


방금전까지 좋아하는 이모앞에서 깨발랄을 떨며 한숨 늘어지게 자던 별이가 둘째가 들어있는 캐리어에 아무생각없이 다가가 코를 킁킁 거리더니 안에서 상상못할 동족의 묘기척 (?)이 느껴지자 소스라치게 놀라 곧바로 침대밑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세상 처음 보는 불안하고 초조하며 알수없는 표정의 별 이었다.


누군가 내 공간을 침범했다옹

별이가 이 곳에와서 단한번도 곳곳을 누비벼 자기께 아니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별이는 오늘 침대밑에서 발한짝 떼지도 못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내마음의 멘탈이 벌써 깨어질것 같다. ㅎㅎ

두어시간을 기다리다 도저히 안될것 같아 둘째의 가방을 거실로 내다 놓았더니 이번엔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문을 열어주고 물과 사료를 주고 화장실을 쓰게했더니 답답하고 무서웠던 둘째가 바로 나와 화장실을 가고 물을 먹었는데 그 모습을 본 별이는 또 쏜살같이 캣폴로 달려가 다음날 아침까지 그 곳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캣폴로 올라간 별이는 아무소리도 아무 동작도 하지않고 잠도 자지않고 밤을 새웠고, 나는 나대로 별이에게 몹쓸짓을 한것 같아 수없이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눈물까지 훔쳤다. 과연이게 누구를 위한것이었는가. 결국 나는 내 마음 편하자고 별이와 둘째에게 몹쓸짓을 한 것일까.

이제 겨우 하루째인데, 또 마음에 폭풍이 휘 몰아 쳤다.


가방에서 나와 발한짝 떼었을 뿐인데, 자기를 보며 하악거리는 하양이 오빠때문에 앞발을 동동거리며 서 있던 둘째가 걱정되 일단은 작은방에 화장실과 자리를 마련해 두고 임시 분리를 해 두었다. 둘째도 너무 걱정되어 잠시 오지 않던 밤 이었다. 나도 그렇고 저 어린 둘째도 그 많은 오빠언니들과 지내다 갑자기 여기가 얼마나 낮설고 무섭고 두려울까.


새벽녘에 겨우 쪽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사람없이 잠 못잔다던 둘째 "애순이" 였다. 애순이는 애교가 너무많은 무릎냥이었는데 어둡고 무서운곳에서 계속 혼자 있으려니 도저히 안되겠나보다. "히잉" 소리를 내더니 침대위로 펄쩍 올라와 내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골골 소리를 내며 자리를 잡았다. 불과 첫날인데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눈앞의 캣폴에서 별이가 그대로 바라보고있다.



첫째가 잘못해도 둘째를 혼내고 당분간은 첫째만 챙겨주세요


걱정하는 내게 임보자님께서 조언해주신 말 이었다. 별이가 입양간 후 별이의 행동을 보시며 별이는 별이엄마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엄마를 많이 좋아하니 둘째가 가고 한동안 상처받지 않게 많이 챙겨주라 하셨다.

그 말이 머릿속에 떠 올라 파고드는 애순이를 꺼내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되겠어" 라며 작은방에 넣어주고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얼마 지나지 않아 애순이는 다시 내 옆으로와 살을 붙인체 또아리를 틀고 골골 소리를 내며 잠을 청했고, 두어번을 다시 반복하다 동이 틀때쯤에야 서로 지쳐 잠들었다.


나오기만 해봐라옹


어떻게든 적응해요.

나는 출근을 해야하는데 합사과정없이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나의 얘기에 임보자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래서 휴가나 긴 주말을 끼지않고 바로 둘째가 우리집에 올수 있었다. 나는 정말로 마음을 굳게 먹고 출근을 했다. 고양이들도 살아야 하는걸 알기에 정말 나쁘지 않으면 그들도 알아서 서로 적응하고 알아갈거라며 임보자님은 너무 큰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전쟁같은 시간이 드디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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