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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안 Oct 08. 2018

육묘의 첫 번째 관문_중성화 수술

별이모생 최대 시련

별이는 남아이고, 애초에 데려 올 때부터 중성화 수술은 첫 발정이 오기 전에 해주는 게 좋다고 들었기에 별이의 적정 몸무게와 개월 수가 지나는 시기가 오면 바로 수술을 하려 마음 먹었다. 두렵고 떨리는 순간이지만 그럴수록 빨리 해버리는 게 나으니까.

달이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별이와 달이는 남매 고양이인데 둘 다 아직 중성화가 되어있지 않아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가 아가 한 별이가 나에게 와 벌써 땅콩을 떼러 간다니... T^T

또 의미 부여하며 뭔지 모를 씁쓸함이 일주일 전부터 내게 감돈다.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는 별이는 여전히 개구쟁이이고.ㅎ


이렇게 눈곱도 못 떼고 발톱도 못 자르던 우리 아가가 와서


이쁜 짓 최고로 하며


복숭복숭 귀염이로 자라더니


신기방기한 고양이를 알게 해 주고


털뼈다귀 하나에 만원을 내어주어도 아까워하지 않으며 애지중지 귀하게 키우고


하는 짓 모두모두 깨물어주듯 어여삐 하며



모든 순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별아.

미안하지만 이제 완전한 남자로서의 삶은 여기까지 추억으로 남겨두자꾸나.






병원 가던 날


거참 오늘 기분이 묘하다옹


참 이상하지, 일찍이 아침을 먹이고 병원 갈 시간을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별이가 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긴다. 본능적으로 별이도 아는 걸까.

오늘이 그날이라는 걸.





차 안에서

애기땐 차 안에서 애옹애옹 울어대 택시기사님들 눈치를 얼마나 봤는지 모른다. 이제는 다 크고 다시 집에 들어간다는 걸 알기에 늠름한 우리 별이는 울지 않지만 ㅎㅎ 이때까지만 해도 항상 나를 곤란하게 하곤 했다.

지인의 차를 얻어 타는 날엔 이동장에서 잠시나마 빼놓을 수 있었는데, 그럼 별이는 꼭 이렇게 내 목 뒤로 올라와 몸을 감싸고 창 밖을 구경하곤 했다.


그런데 이 날은 유난히 더 착 붙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네

뭐지
기분이 묘하다옹
별이 어디로 가는게냐옹
괜히 심술이 난다옹 왜지
왜 때무니냐 ㅇ Zzz.....
다 왔다 병원 ;(





별이는 남자 아이라 간단한 검사와 서너 시간의 대기 이후 다시 만나 안전히 집으로 모셔와 그때부터 안정을 취해주며 순조롭게 지나갔다.


무서옸다옹

병원에서 막 집에 온 별이는, 이상하리만치 아침의 별이와 얼굴이 참 다르다. ㅎㅎ 분명 같은 날인데 왜 이리 더 어른스럽고 더 큰 것처럼 느껴질까.




환묘복과 넥카라

역시 또 빠르게 중성화 수술만 할 줄 알았던 나는 수술후의 케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고,뒤늦게 집에와 플라스틱 넥카라를 쓰고 뒷걸음질을 하는 멘붕이 온 별이를 보고 급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수제 환묘복은 잠깐 편해하는 듯했지만, 애기때부터 옷이란 걸 입어본 적이 없는 별이는 낮은 포복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곤란해했다.


모두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 치료과정 중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참 불편해 보이고 안쓰러워 보인다. 결국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조금이나마 편해 보이는 넥카라를 주문했다.


약 이틀 후 소독하거나 밥을 먹이는 중간엔 넥카라를 풀어주며 수술부위를 핥지만 않게 봐주곤 했다. 그 잠깐을 별이는 가장 편해했다.



집에 오고 첨으로 별이 오빠의 외출과 낮 섬을 본 달이도 약 이틀이 지나고서야 편안한 잠을 자기 시작한다. 붙어있을 땐 알게 모르게 서로 신경전 벌이더니 혼자 두고 병원을 다녀온 날, 달이는 수다가 폭발했다.


별이 없이 대기하느라 집에 혼자 들어갔더니 눈이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 냐옹냐옹냐옹냐옹


도대체 어디 간 거냐

오빠 냥이는 왜 없냐

어디에 데려간 거냐

울 오빠 왜 없냐 :(


대략 이런 내용인 것 같았다.


병원에서 데려온 별이를 본 달이가 낯선 병원냄새에 혹시 별이에게 하악을 하지않을까 걱정했지만, 조금 낯설어하며 눈치 보느라 한동안 옆에 오지 않더니 이내 다가와 별이를 그루밍 해주며 옆에 있어 주었다. 참 착한 고양이들이다.

지금도 내가 둘이 번갈아 가며 샤워를 시킬 때 서로 나죽겠다고 울고불고하면 화장실 앞에서 발 동동 거리며 같이 울어주는 녀석들.





꽃이 폈다냥

며칠 후 도착한 수제 넥카라는 ㅎ 별이를 꽃미묘의 세계로 안내했고.

우쒸


달이 : 푸ㅎ 오빠냥 이거 모냐옹 (킁킁)

달이 : 저리 가 라옹 ;(


미안하다 별이야.

패턴이 별이라서... 너무 예뻐서 그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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