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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안 Oct 26. 2018

함께하는 주말






우리의 동절기 주말은 늘 이렇게 시작이 된다.

나갈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아직 자고 있으면 눈치 빠른 고양이들은 금세 알아차리고 내가 일어날 때까지 침대 머리맡으로 모여들어 함께 숙면을 취한다. 추위에 약한 달이는 더욱 자주 이불속으로 들어와 골골 거리며 자기 일쑤이다.




참을 만큼 참다 도저히 못 견디겠을 때쯤 나는 일어난다. 별이는 한 손을 붙잡고 쭙쭙 이를 하다 잠들어 있고 달이는 이불속 다리 밑에서 살을 붙이고 자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 마약 같은 시간을 쉽게 끊을 수 없기 때문.



가을이 코 앞으로 다가와 날씨가 쌀쌀해진 첫 어느 날, 오늘은 내가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달이가 이불속을 나오지 않고 있다. 대개는 내가 침대 밖을 나오면 냥냥 거리며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데 말이다.




달이가 손을 내밀었다

달이는 이 상황이 만족스럽고, 안락함을 느낄 때 손을 스윽 앞으로 내민다. 그래서 꼭 내 몸에 앞발을 닿게 하는데 그럼 달이의 따뜻한 체온이 녹여져 나도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달이의 앞발이 이렇게 쓰윽 나오면 한동안 달이는 이 자세를 풀지 않는다. 아주 행복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발을 내민 달이는 계속 내고 있던 골골 송이 이중창으로 바뀐다. 골골골 소리에 이따금 푸히힝 하는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중창을 만들어 내는데 이건 아직도 내가 두 눈으로 수십 번 봐도 우스꽝스러운 장면일 수밖에 없다. :)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별이가 움직인다.

침대도 내어줘 쿠션도 내어줘 엄마도 내어준 별이로썬 당최 이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시간이 오래 흘렀어도 여전하다. 둘이서 꽁냥꽁냥 하는 걸 순순히 지켜볼 별이가 아니다. 애교 없고 말수 적은 시크한 남자 고양이이지만 집사에 대한 소유욕은 누구보다 강하다.



그럼에도 달이는 움직일 생각이 없네. 포근한 이불과 따땃한 아랫배. 그리고 출근하지 않는 엄마 집사까지. 달이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


근데 달이야, 너 쪼금만 있으면 별이 오빠가 달려와 깨물 거야 아마도. '0'



뒤바뀐 자리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역시나 자리를 바뀌어 있다. 여기서 포켓처럼 쏙 들어가 있는 다리가 귀엽다고 연신 사진을 찍어대니 별이가 내심 부러웠다보다. 정말 귀여운 녀석들.



달이가 다시 와서 달려들까 봐 내심 눈치를 보더니.


표정으로 나에게도 서운한 맘을 살짝 비춘다. ㅎ


다시 관심이 자기에게 간 걸 안 별이는 이제 실컷 찍으라며 카메라도 제대로 응시해주고. 처음 애기땐 시커멓고 묵직한 카메라를 들이대 놀라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바람에 나도 놀라고 사과를 백번 해야 했는데 이제는 익숙한 별이. 사진이 취미 한 집사를 만난 덕에 포즈도 잘 잡고 아이컨텍도 당당하게 할 줄 아는 멋진 별이 :)



중간중간 달이의 동태를 살피고, 나의 카메라도 응시해주고. 언제든 공격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야무지게 모아둔 귀여운 찹쌀떡도.




오빠에게 또 한 번 양보한 달이

싸움에서 정말 지는 건지, 이길 수 있는데 오빠라 져주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달이는 끝까지 싸우기보단 되도록 자리를 피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약이 오른 별이가 가끔 분하다고 애 옹 거리는 일도 몇 번씩 생기지만. 이번에도 달이는 역시 자리를 바로 내어주고 또 한 번 양보를 한듯하다. 물과 밥을 먹고 귀가 화난 체 안방으로 다시 와 있다. ㅎㅎㅎ




달이야 서운해? 착한 달이가 양보한 거야? 잘했어 잘했어~

칭찬해 주니 내 말을 알아듣는 건지 귀가 쫑긋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이가 다시 오빠에게 다가가 눈치를 본다. 저 자리를 얻고 싶고 오빠 냥이는 버티고 있고 달이는 어째야 할지 바닥에서 잠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불리한 상황에서 달이는 화해와 버팀의 방법을 안다. 관심받고 싶으면 무조건 들이밀고 와 주저앉아버리는 게 달이의 특성이다.



괜히 그루밍도 해줘 보고

친절과 보살핌이란 걸 베풀며 현명한 달이는 별이 오빠에게 평화로 응징하는데, 별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안 먹히네.


달이야 , 별이는 아직 너랑 이불속을 공유할 생각이 없나 봐 ㅎ




덕분에 달이도 어찌해야 할지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ㅎㅎㅎㅎㅎ



별이야 달이 한 테도 내어주고 친절하게 굴자

그런 별이에게 조금 양보를 해보면 어떠냐고 잔소를 하는데, 별이의 양볼이 또 부풀어 오르고 눈이 또 가자미 눈이 되었네 =_=




겨우 앞자리에 앉는 데 성공한 달이

십여분 실랑이 끝에, 둘 사이에 관여하지 않고 나는 사진만 찍어댔다. 둘의 자연스러운 상하관계는 되도록 둘이 결정짓기를 바란다.



어찌 되었든 이 상황이 맘에 안 드는 둘과



그런 오빠를 지켜보는 달이와



그런 달이를 외면하는 별이.








오전이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고 간단한 점심을 해 먹으며 저녁에 방문할 친구를 기다리며 주말 청소를 또 시작한다.




청소를 할 땐 꼭 꼬장 부리기

왜 꼭 방해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내가 청소를 하면 이방 저 방 둘 다 졸졸 따라다니며 침묵의 시위를 한다. 하나같이 다 보고 무언으로 참견하며 이렇게 꼬장 아닌 꼬장을 한다. ㅎ



일어나 봐 청소기 좀 돌리게!!

부탁하고 타이르고 해 봐도 말을 듣지 않아 엉덩이를 살짝 치면, 정말 기분 나쁘다는 듯이 앙칼지게 "녜엥~" 하며 쏜살같이 달려 나가 버린다. (그것도 결국 다시 돌아와 청소를 감시하지만 =_=;;)


잘 잤다옹





저 이모 미워

오늘 놀러 오는 이모는 별이와 사이가 각별하며 꽁냥꽁냥 하지만, 달 이완 의외로 서먹서먹하다. 한때 달 이를 보고 잎 옆의 수염이 찰리 채플린 같다며 한동안 "촬리 촬리" 라 놀렸었는데 아마도 달이는 그 뜻을 알아들은 것 같다. ;;


이모가 놀러 와 저녁을 먹는데,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보란 듯이 시위를 하고 있다. ㅎ


이모의 모든건 내꺼다냥


이모가 벗어둔 코트자락에 달이가 잠시 내려와 냥모나이트를 틀고 잠을 잤는데, 어느새 그걸 또 별이가 보고 말았다. 달이가 자릴 비운 사이 그새 그걸 탐하고 그 코트 위에 보란 듯이 올라가 잠을 자고 있다.


정말 놀랍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달이가 했던걸 똑같이 따라가 다시 하는 걸 나는 오늘만 두 번이나 보았다. 별이는 아마도 달이가 하는 행동들 중 몇 가지는 정말 뺏기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나 보다.



달이가 거기 있는 거 싫었어?

라고 물으니 귀로 대답한다. 마징가 귀가 하늘을 날 것 같다. 그래 알았어 별이야 말하지 않아도 네 기분 알 것 같아;;



저 이모에겐 최고 다정냥

별이는 만지거나 살이 붙는걸 예민해하고 싫어하는 스타일인데, 참 이상하게도 가끔 보면 나보다 저 이모에게는 더 관대할 때가 있다. 질투쟁이라며 놀리는 이모에게 수염을 물론 세게 잡지도 않았지만 입주면에 손이 가면 가끔 내 손도 물겠다고 협박하는 별이인데 포근하듯 늘어져서 만 질 테면 만져봐라 하고 있지 않은가. ㅎㅎ


그러고 보니 별이는, 배를 만지면 급변해서 돌격하는데 저 이모는 가끔 배를 살짝 만져도 모른 척 넘어가 준다. 뭐야 네 이 녀석. 밥 주고 끙아 치워주는 건 난데 서운해.라고 하고 싶지만 별이가 첨 우리 집에 오던 날 첫 놀이를 해 준 이모가 저 이모. 별이에게 저 이모는 그 기억이 남아있는 사람인 것이다. ㅎㅎ



주말 하루의 이야기들을 쓰고 보니 참으로 긴 것 같다.

오늘도 별이와 달 이에게 행복한 하루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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