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양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
평범한 일요일 오후의 일이었다. 갑작스러웠고 몹시 당황했던 그날이었다.
늘 그렇듯, 담요가 폭신 거리는 침대에서 달이는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일요일 저녁을 향해가는 오후를 나른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려던 남집사가 떨어뜨린 휴대폰 소리와 함께 선명한 핏망울 두 자국.
급하게 찾아 헤맨 출혈의 위치는 별이의 꼬리
(ㅠ_ㅠ)
살짝 찢어진 거라 생각했지만, 핏망울이 선명하게 두 방울 흐른 게 심상치 않아 2차 병원으로 업고 달렸다.
혹시나 뼈에 금이 갔을까 가슴을 졸이며.
"꼬메야 해요, 자상이 깊게 났네요"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1cm 이상의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분명 주위엔 그 어떤 날카로운 물건이 없었는데, 우리는 몹시 당황했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재작년 별이는 달이와 투닥거리다 그녀의 발톱에 눈 윗부분에 상처가 났었는데, 열심히 연고와 소독을 병행했지만 둘째 냥이의 사랑스러운 그루밍은 예상하지 못했던 바.
그로 인해 상처가 들려 흉터로 남아버렸다. (반년을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집사의 무지함에 죄책감이 밀려와 하루종일 가슴이 메어왔던 슬픈 이야기)
그래서 둘이 사이좋게 넥카라를 걸어주고 (이 마저도 갑갑함을 견디지 못하는 두 냥이에겐 부직포행주가 최고의 넥카라) 나는 1주일 동안 업무를 재택근무로 대체했다.
어릴 때 이후론 간단하게 말고는 병원을 크게 간 적이 없었던 별이는 충격과 공포가 큰 모양이다. 엉덩이 부분은 엄마도 못 만지게 하는데, 30분 이상 진료에 꿰매고 소독에 모르는 인간들이 엉덩이를 만져댔으니 ㅎㅎ
별이는 그날밤, 밥 먹을 때에도 이동할 때에도 캣폴에 올라가 세수를 할 때에도, 심지어 선잠의 잠꼬대에도 분노가 가시지 않았는지 연신 으르렁 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오빠냥이가 병원을 다녀온 후 꼬리에 하루종일 소독약 냄새가 마르지 않자 둘째는 오빠고양이가 지나 만 가도 애옹거리며 사이렌을 울려댔고 옆에만 와도 하악질을 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의 항생제 거부반응.
지금껏 가벼운 항생제나 약을 먹이며 이런 적은 처음 있던 일인데, 세 번째 알약을 복용시켰을 즈음 별이의 토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무른 변을 시작으로 완벽히 설사로 바뀐 걸 보고 병원에 이야기해 약을 두 번을 바꾸었으나 마지막엔 결국 피가 섞인 토를 보고 말았다.
일주일간 병원을 세네 번 가고, 결국 항생제는 주사로 대체하고 약 급여를 중단했다.
그렇게 별이의 상처가 아물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입원시켜야 할 것 같아요
실밥을 풀러 병원에 갔지만, 아직 아물지 않아 일주일을 더 기다리기로 하고 설사가 있다는 나의 말에 두 번째 선생님은 차트를 보며 장염약을 처방해 주셨다. 별이의 항생제 거부반응이 차트에 자세히 적혀 있었기에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고, 집에 와 저녁부터 바로 약을 급여했는데.
첫 번째 약을 먹고 별이는 그날 새벽 3시까지 총 4번의 토를 하고 마지막은 역시 혈토를 했다. 우리가 방문한 병원은 24시간 2차 병원이기에 그 즉시 병원에 문의해 장염약 역시 기존의 항생제가 들어감을 알게 되었다.
별이는 급격하게 컨디션이 나빠졌고, 지금껏 본적 없는. "물도 츄르도 거부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재작년 별이 얼굴에 상처가 났을 때에도 급하게 병원을 데리고 가다 넘어져 발목 인대를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1년 동안 다친 발목이 얼얼했기에 그 이후로 혼자는 데리고 간 적이 없지만 이번엔 다른 걸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병원에 가서 담당의사의 진료를 보고 주사를 맞고 오면 또 괜찮아질 줄 알았다.
담당의사의 권고로 별이는 결국 입원을 시켰다.
"급성으로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인가요?
"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입원하고 지켜봅시다"
급하게 진행된 건강검진에서 별이는 췌장도, 복막도, 장도 모두 일정의 염증이 있고 장 내벽이 부어있어 안정과 의료진의 관찰이 필요하다했다.
별이에게도 나에게도 처음 있는 일.
내가 가장 혼자였을 때 솜털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온 선물 같은 고양이.
나의 든든한 동거묘이자 반려묘이자, 외로운 저녁시간을 늘 옆에서 지키고 앉아 묵묵히 함께 있어주던 그 고양이가 만난 이후로 첫 외박을 하네.
주책맞은 집사는 그날 새벽까지 혹시라도 병원에서 급하게 전화가 올까 봐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24시간을 200일처럼 지나 보냈다.
아침 일찍 병원에서 보내준 별이의 사진엔,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의 별이가 있다. ㅎ
무척이나 무섭고 두려웠구나 우리 쫄보!!
의료진이 지나만가도 하악질을 하며 경계를 하던 별이가 간호사쌤 뒤로 온 나를 보곤, 힘없고 슬픈 목소리로 냐옹 거린다.
"이제 집에가자, 무슨일이 있어도 엄마가 퇴원시켜달라고 할게!!"
"ㄴ ㅑ 옹..."
정말, 그렇게 말하는것처럼 들렸어.
"집에빨리 가자냥 ㅠ.ㅠ"
3번째 바뀐 담당의사에게 한 시간가량의 긴 설명을 듣고, 최종담당의는 추가 입원을 권고했지만 여기 있는 게 더 큰 스트레스일 것 같고 내가 24시간 옆에서 지키고 있으니 집으로 가는 게 낫다 판단하여 퇴원을 시켰다.
집에 올 때에도 병원에서 변 실수를 하고, 집에 와서도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 한참을 안 나오다 소변실수를 하고 약 8시간이 지나서야 별이는 거실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 커서 소변실수도 하고, 자기 몸에 소독약과 변냄새가 진동하니 본인도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ㅎㅎ
집에 온 이후로도 약 3~4일은 스스로 물과 사료를 먹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꿋꿋한 우리 뚱냥이는 잘 이겨내 주었고 4~5일이 되었을 즈음 따끈한 바닥에 누워 배를 보여주었다.
2주가 조금 넘는 긴 시간 동안 작은 고양이에게도 큰 변화였겠지.
오빠만 보면 고함을 질러대던 너를 이해할게!!
그렇게, 조금은 창피해서 간결하게 적어둔.
별이의 첫 번째 입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