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앱 오늘의 집 사용후기
나에게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닳아 없어질 때까지 오직 그것만 쓰는 변태적인(?) 성향이 있다. 불편해서 신지 않던 컨버스를 척테일러 1970s 시리즈를 알고 부터는 운동화 뒷축이 닳을 때까지 신고 사고 또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한 켤레를 해치우는 기간도 길지 않다. 길어야 세 달? 일주일에 내내 컨버스를 신을 때도 많다.
네이버페이와 쿠팡 로켓배송이 내 통장 잔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서비스고, 불편한 구석이 없어서 갈아탈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최근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무언가 살 일이 생기면 네이버 혹은 쿠팡에 바로 검색하던 내가 인테리어와 관련된 물건은 오늘의 집에서 검색해보고 장바구니에 담아두게 되었다. (물론 결제수단은 네이버페이 ㅋㅋㅋ)
인테리어에 워낙 관심이 많기도 했고, 집꾸미기를 몇 번 사용하면서 오늘의 집을 알게 되었는데 남의 집 사진을 눈팅하는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않았고, 앱도 지웠다 깔았다를 반복했었다. 그리고 지인이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회사에 면접을 보고 와서는 태도불량 면접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다음부터는 묘하게 사용하는게 꺼려지기도 했다.
올해 초 이사를 앞두고 사야하는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오늘의 집에 다시 접속했고,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있으니 페이 포인트도 적립하고, 오늘의 집 포인트도 생기니 일석이조 전략으로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오늘의 집에서 구매했다.
택배지옥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중 주문한 물건을 설치하다가 구성품에 포함되지 않은 압정에 찔려 손가락에 피가 좀 났었는데 압정의 용도를 물으며 구매후기를 남겼다. 그리고 이틀 뒤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주문한 물건의 재고가 없다는 내용인줄 알고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남긴 리뷰를 보고 확인 전화를 한 것이다. 다친 곳은 괜찮냐는 첫 번째 질문에 마음이 녹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처리방안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충성을 맹세했다. 반해버렸다. 실제로 상담원이 말한 처리방안은 반영되었고, 포인트를 빌미로 나의 구매후기를 삭제하는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나 인테리어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이 에피소드를 꼭 언급하는데 이런 경험있냐는 질문에 아무도 그렇다 대답하지 못했다. (것봐 오늘의 집이 짱이라니까?)
사용자는 고객센터의 다정한 전화 한 통에도 충성을 맹세할 준비가 되어있다. 언제든지 지갑을 열고, 카드를 긁고, 그 경험을 주변에 전파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단순히 다양한 물건을 보유하고 있고,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루트를 정리하고, 깜짝 할인쿠폰을 뿌리는 활동만으로는 더이상 경쟁할 수 없다. 모두가 비슷한 물건을 보유하고 있고, 모든 회사가 사용자의 편리성을 위해 노력한다. 이런 것들은 업의 기본이 되었고,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누가 더욱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초점을 둬야한다.
개인화된 경험! 경험 앞에 차별화, 특별한 이런 단어를 붙여봤는데 올바르지 않았다. 경험이란 것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누구에게는 특별할 수 있는 것들이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으니 브랜드가 제공해야할 경험은 사용자 개인에 맞춰진 개인적 경험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경험한 고객센터의 친절함은 오늘의 집의 브랜드 이미지가 되었고, 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오늘의 집을 구매후기에 있는 불편사항까지 들여다보는 디테일 끝판왕이라 생각할 것이다. 브랜딩이 별거겠는가. 우리 회사의 성격은 어떠하고, 브랜드의 슬로건은 무엇이며, 핵심컬러는 이것이다 정의내리는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제공하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 브랜딩의 첫 걸음이지 않을까? 나아가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과 사용자가 느낀 것이 같을 때 그것이 성공한 브랜딩이지 않을까?
오늘의 집의 브랜딩 전략에 '고객센터의 친절함'이 없었을 수도 있다. 상담원 개인의 세심한 면모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한들 나는 오늘의 집을 사용자의 작은 고충에도 귀기울이는 소중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충성고객답게 장바구니를 채운다. 나는 이제 주문한 물건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오늘의 집이라면 '그래 어떻게 매번 모든게 완벽하겠어' 하고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는 팬이 되었다.
나한테 이렇게 잘해준 건 네이버도 아니고 쿠팡도 아니라 오늘의 집 니가 처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