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용 인터뷰에 참여한 소회
면접? 많이 준비했으니 준비한 만큼만 보여주고 나오자.
어차피 밖에서 만나면 다 모르는 사람들인데 떨지마! 쫄지마!
면접관도 교육받고 나오는,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인데 설마 함부로 하겠어?
면접, 인터뷰, 커피챗을 앞둔 지인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나의 내일과 내년, 미래가 달린 구직자 입장에서는 여러 번 이직을 했음에도 여전히 긴장되고, 버벅거리고, 후회스러운 순간일 수밖에 없다. 큰 일에 긴장하지 않는 나 역시 인터뷰는 늘 떨린다.
최근 큰 스타트업과 대기업 채용 인터뷰를 봤다. 둘 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채용이 진행되었고, 나름 헤드헌팅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여서 그런지 정보도 자세히 공유해 주었고, 인터뷰 전에 멘탈 케어도 신경 써 주셨다.
그러나 인터뷰에 참여한 인터뷰어의 태도와 자세가 진짜 엉망진창이라 그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설치한 앱을 지우고, 찾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면접관은 여전히 착각한다. 회사는 많고, 갈 곳은 더 많다. 이 회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나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은 무수히 넓은데 왜 여전히 본인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마음이 아니고서야 채용 전형에 참여한 사람을 이렇게 하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스타트업 1차 인터뷰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헤드헌터를 통해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꼭 15분 전에 접속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글밋을 통해서 비대면 인터뷰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외부인이 접속할 때 참여 요청 버튼을 누르면 수락해야 화면에 접속할 수 있는데 약속한 시간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수락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인사담당자가 1차 안내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준비가 늦어지나 싶었지만 5분이 지나도 무소식이었다. 담당 헤드헌터에게 연락했지만 얘기하겠다, 전화하겠다는 문자만 오고 아무도 접속하지 않았다.
인터뷰 시간은 17시. 인터뷰어가 등장한 건 17시 30분.
물론 본인의 잘못이니 연신 사과를 하였고, 앞 회의가 늦어졌다고 했다. 사실 더 늦을 수도 있었는데 피플팀 담당자가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고 해서 회의 중간에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참으라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인터뷰 시작했으니 잊으라는 건가.
처음으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중요한 인터뷰에서 인터뷰어 그녀는 실수 연발이었다. 오늘 인터뷰가 어떤 직무의 인터뷰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인터뷰에 참여했다. 데이터와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길래 느낌이 싸해 "제가 지원하고, 인터뷰를 보는 직무는 OOO입니다"라고 했더니 동시에 채용이 진행 중이라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네?
구글밋 초대장 타이틀에 떡하니 포지션이 적혀 있었음에도, 그녀는 나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숙지조차 하지 않은 채 누구를 면접 보는지도 모른 채 인터뷰에 들어왔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화나는 포인트다.
회의가 늦어질 수도 있고, 인터뷰에 지각할 수도 있지. 그런데 오늘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정보 파악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게 아닌가?
화상으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지금 막 이력서를 받아 들고 읽어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내가 써둔 경력기술서의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며 질문을 했다. 정말 쓸데없는 질문이었는데 내가 대답하는 동안 시간을 벌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정독하더라. 눈알이 팽팽 돌아가는 모습이 화면으로 고스란히 보여서 '내가 말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도 모를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타트업, 대기업 모두 과제를 요청했다.
스타트업은 1차 인터뷰에서 시간이 부족해 나누지 못한 이야기에 대해 추가로 인터뷰 요청을 주었고, 대기업은 1차 인터뷰부터 제출해야 할 사전 과제가 있었다. 인터뷰이 입장에서 과제를 전달받으면 정말 당혹스럽고, 곤욕스럽다. 인터뷰 준비만으로도 바쁜데 시간 내에 준비할 게 또 생긴 거니까. 사실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이 더 크다.
보통 과제의 주제는 지금 이 회사가 당면했거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 입사 후 실제로 해야 할 일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조직과 팀의 상황과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과 연결해서 생각하는데 대기업의 과제는 컨셉과 실행안을 모두 제안해야 하는 하나의 기획서를 만들어야 했고, 스타트업의 과제는 정말 조직과 팀에서 고민 중인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듣는 자리였다. 문서화하지 않아도 됐었다.
대기업 인터뷰 과제를 위해서 거의 이틀 밤을 새웠다. PT 시간은 10분이었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가자마자 인사와 동시에 PT를 시작했는데 그 누구도 나의 발표를 듣지 않았다. 면접관으로 들어온 3명 중 눈 마주치는 이 한 명 없었고, 각자 노트북을 보고, 나의 발표보다 앞선 페이지를 들여다보거나 이력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창문에 비친 노트북 화면을 보고서 알았다.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 서있다는 사실을.
PT가 끝난 뒤 모든 인터뷰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지만 뼈와 가시를 담아서 말했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도였고, 대기업이랍시고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압박 아닌 압박스러운 인터뷰에 진절머리가 났다.
스타트업 과제 겸 2차 인터뷰는 사실 인터뷰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참여하겠다 말한 것도 있었는데 2차 인터뷰에도 그녀는 10분 정도 지각을 했다. 이 정도면 나도 마음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태블릿에 메모해 둔 내용을 기반으로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연신 메모를 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뭘 해보면 좋을까요?'에 대한 답변을 할 때마다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느낌이었다. 확신하지는 않지만 스타트업 인터뷰에서 지원자의 과제 아이디어만 쏙쏙 빼먹는 회사들도 참 많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2곳의 과제가 이렇게 끝났다. 허탈하고 허망한 채로.
스타트업은 역시 내 시간은 중요하지 않지만 본인들의 시간은 중요하기 때문에 채용 결과에 대해 빠르게 피드백을 주었다. 탈락이었다. 나 역시 그들의 앱에서 회원 탈퇴를 누르고, 앱을 삭제했다. 안녕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대기업의 결과 발표는 과히 대기업다웠다. 인터뷰 현장에서 인사담당자도 1주일 이내 결과 발표를 할 것이다 했지만 1주, 2주 뒤에도 답은 없었고, 헤드헌터도 상당히 난감해 보였다. 불합격해도 상관없으니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달라고 했으나 4주가 접어든 이 시점에도 결과를 오리무중이다. 헤드헌터도 모른다.
경험상 마음에 드는 사람을 더 찾아보겠다는 생각일 것이고, 혹시 못 찾을 수도 있으니 탈락 처리를 하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인터뷰이에게는 오만가지 바라는 것들이 많으면서 본인들은 왜 아무것도 지키지 않을까?
채용의 모든 전형은 기업의 인상이 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건 인사담당자만 인식해서는 안 될 개념이다. 인터뷰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새기고 있어야 한다. 본인이 내뱉는 말, 태도와 자세에 따라 인터뷰이는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내가 이 회사에 다니는 순간을 상상한다.
너무 좋은 회사지만 저 사람과 함께 일한다면 그건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이미 늦었다. 채용 시장이 아무리 얼어붙었다한들 꾸준히 상향 이직을 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넘쳐난다. 그리고 이제는 꼭 조직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돈을 벌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이 많지 않은가?
좋은 인재는 다른 회사에도 좋은 인재다. 그들은 참지 않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