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il Sep 18. 2023

엄마가 만들어준 바다

글을 위한 필사 <아무튼 사전, 홍한별>


감정적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들.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정의가 가득 쓰인 사전, 요즘 쓰는 말과 알고는 있지만 이제는 쓰지 않는 말, 나만 아는 것 같은 말, 좋아하는 말과 싫어하는 말이 담긴 사전을 하나씩 가슴에 품고 있는 셈이다. 또 우리는 불분명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혼란스러운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흔들리는 감정을 고정하기 위해, 더 많은 단어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


홍한별 <아무튼 사전_내 마음의 사전>





엄마 집에는 아직도 '고무다라이'가 있다. 요즘은 그렇게 부르지 않지만, 엄마의 잔심부름에 '고무대야' 아닌 ‘고무다라이’가 있을 때면 그 이름과 추억이 어깨를 나란히 두르고 온다.​


한때 걔는 우리 집 김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 때 사용하던 고무다라이였지만 딱 한 번. 엄마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게 만들어준 작은 바다였던 적이 있다. "바다에 가고 싶다, 나도 바다가 가고 싶다"라고 엄마를 쫓아다니며 떼를 쓴 적이 있고, 아이들은 대부분 용감하고, 끈질기며,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마련이라 그렇게 쟁취한 바다가 큰 고무다라이에 따뜻한 물과 천일염을 녹여낸, 듣도 보도 못한 바다라는 것이 시시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사랑받았다는 사실에 마음에 온기가 돌곤 했다. 그 바다에 파도는 없었지만, 엄마의 마음이 있었고. 반짝반짝 윤슬과 엄마와 내가 있었다. (‘이게 무슨 바다야!’ 투덜거리고 잘 놀았던 건 안 비밀)

매거진의 이전글 윙크와 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