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위한 필사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이연>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의 이 장면을 특히 좋아해서 세 번을 그렸어요. 잠든 연인 곁에서 눈을 선명하게 뜬 주인공은 생각에 잠긴 모습입니다. 이상하게 이 느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누군가 분명 이렇게 곁에 있는데 잠들어 있다면, 종종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깨우면 되지만 깨울 수 없잖아요? 그런 어둠 속에서는 나만 선명해져요. 왜 이런 짓을 계속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고 나를 다독이지만 생각을 막을 수 없어요. 세상에 나를 외롭지 않게 할 사람은 영영 없을 것 같아요. 이런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는 너무 똑똑해진 것일까요?
이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_어떤 사랑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에 시간이라는 가속이 붙은 모양이다. 기다린 적 없는 어둠 속에 손을 뻗어 오지 않는 비를 기다린다. 다음을 기대하는 노랫말, 액자 속웃음, 맞잡은 손, 내가 기댄 것이 누군가의 가슴인 줄 알았는데 텅 빈 벽이라니. 쓰다만 편지, 찢다만 모서리 같은 마음. 그러모은 부스러기들, 이거 참 오늘 종일 후덥지근한 날씨에 은은하게 구워진 내가 잉여스럽게 센티해지는 밤. 요란한 건 코스모스를 닮은 선풍기일까? 마른빨래 돌아가는 건조기 소리일까? 내 마음이 우는 건, 이터널 선샤인 때문일까? 세상에 나를 외롭지 않게 할 사람은 영영 없을 것 같다는 이연의 문장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