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이 만난 아홉 번째 사람
우리는 남들이 여름에 반팔을 입으니까 반팔을 입고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조던을 남이 신어서 신고, 그렇게 남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게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이름(예명) 난도
직업 타투이스트
어떤 계기로 타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어렸을 때는 육상과 농구를 했었죠. 그와 동시에 미술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서울에 올라왔다가 제대로 미술을 해보고 싶어서 안양에 있는 예고를 들어가게 돼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경희대 미대에 입학을 했죠.
졸업하기 전에 군대를 다녀와서 ‘세상이 날 기다리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외국 어디든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스페인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살기 시작했어요. 스페인에서는 타투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스페인 사람들은 타투라는 걸 언어처럼 하나의 표현의 수단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미술을 해오기도 했고 거기서 타투하는 사람을 보며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렇게 한국에 와서 타투이스트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처음 샵을 시작했을 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어떠셨나요?
샵을 열기 위해서 대출을 받았어요. 당연히 절박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타투를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나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 생각해낸 한 가지 방법이 그림을 그리는 거였어요. 그냥 믿었죠. 그래서 몇 백장의 그림을 그렸어요. 다행히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섬세하고 아름다운 타투를 추구하는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셨나요?
저는 원래 이런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제가 키가 크거든요. 근데 제가 키가 크고 있다는 것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진짜 크다!’라고 말하니까 그때 가서 ‘아! 내가 키가 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제 스타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막연히 그림을 그렸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만의 색깔이 내 타투에 묻어 있다고 말씀을 해주세요. 꾸준히 변화를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은 한 걸음씩 매일매일 성실하게 그림을 그려 나가면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어요. 당연히 지금도 변화하는 중이고요. 몇 년 뒤에는 ‘나만의 느낌, 나만의 스타일,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지 않을까? 내 삶, 내 인생, 내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타투이스트 난도 인스타그램(@nandotattooer)
7년 동안 타투이스트로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일을 시작하고 처음 3년 동안은 일이 없었어요. 포트폴리오도 없고 크게 내세울 게 없었죠.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 4년째부터는 일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 경험 때문인지 저는 성실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척 클로스라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작가가 있어요. 그분도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었어요. 그림도 열심히 그렸죠. 그 과정 속에서 나를 찾고 내 스타일을 찾는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그래! 굉장한 작업이 생각났어!’ 이런 건 다 사기, 뻥이라고 생각해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사람 몸에 그림을 그리는 건 다르잖아요.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요?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 제가 수채화 전문가인데 유화에 도전을 해보는 거죠. 문제는 유화를 연습해볼 수가 없다는 거예요. 유화를 그릴 캔버스를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문신이라는 건 진입장벽이 있어요. 그래도 그림과 마찬가지로 결국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죠. 많이 해보고, 깨우치고, 알아보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익숙해지는 거죠.
타투를 시작하기 전에 생기는 긴장감이 타투와 그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그게 매력적이죠. 실수를 하면 안 돼요. 쉽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패션 얘기를 해볼게요. 보통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세요?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옷 자체를 깔끔하게 입으려고 노력해요. 위생이 중요한 직업이잖아요. 무엇보다 옷을 깔끔하게 입으면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여름에도 정장을 입고 다녀요. 남들은 덥지 않냐고 묻죠. 근데 저는 그냥 입고 싶은 대로, 제가 기분 좋은 대로 입는 편이죠. 옷을 어떻게 입냐에 따라서 제 말이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우리는 남들이 여름에 반팔을 입으니까 반팔을 입고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조던을 남이 신어서 신고, 그렇게 남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게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 옷 대부분은 맞춤옷이에요. 가방도 잘 만드시는 분한테 부탁해서 만들었어요. 옷도 다 맞춰서 입어요. 이게 재미가 있어요. 옷의 원단이나 느낌, 모양도 다 제가 정할 수 있거든요. 구두는 좋은 걸 사서 신어요. 알든 코도반(Cordovan: 말 엉덩이 가죽)은 한국에 들어오질 않아서 뉴욕에서 직접 사 왔어요. 브랜드 중에서는 RRL을 좋아해요
후에 타투 외에도 전시회나 패션 브랜드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나요?
제가 3년 전에 전시회를 한번 한 적이 있어요. 500개 그림을 전시했었죠. 후에는 시즌 별, 연도 별로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시회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어요. 누군가를 위한 그림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또 그걸 타투로 하고 싶고요. 패션 브랜드도 아예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저는 재미만 있으면 도전해보려고 해요. 이런 과정 자체가 굉장히 즐겁잖아요. 굉장한 행복이죠.
옷을 좋아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에 대한 이야기
YOIL MAGAZINE
Interviewee. 난도
Editor. 조경상
Photographer. 김유나
타투이스트 난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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