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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일 Yoil Sep 01. 2017

[요즘 스타일] 취향 별 맥주집 5곳

맥주보다는 공간이 생명



크게 일이 없는 날 퇴근을 하고 맥주를 마시러 간다. 하지만 최근에 수제 맥주 전문점이라고 주장하는 곳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어 정작 어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집 밖에서 맥주를 마실 때 맥주는 하나의 도구로 작용을 한다. 좋은 ‘맥주 집’에서 ‘맥주’가 아닌 ‘집’(공간)에 더 초점을 맞춰보자. 공간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그 공간을 꾸민 사람의 취향이 잔뜩 담긴 장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주인들의 취향이 잔뜩 담긴 맥주 가게는 항상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와 완벽하게 취향이 맞는 장소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8월에는 개성 강한 맥주 가게 5곳을 다녀왔다. 


그리고 주인들에게 물었다.


“이 장소는 왜 특별한 가요? 이 장소에는 어떤 손님들이 오나요?”





#가맥 : 거북이슈퍼


종로 3가 익선동의 둘이 나란히 걷기만 해도 꽉 찬 골목을 거닐다 보면 이름만큼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거북이슈퍼를 볼 수 있다. 각종 과자와 맥주를 부담 없이 꺼내먹을 수 있고 그들이 연탄에 구워주는 먹태의 맛은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가게들은 타겟을 정해 놓고 장사를 하잖아요. 예를 들면 ‘우리는 20대 여성을 타겟 하겠다’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저희 거북이슈퍼는 따로 정해놓은 타겟이 없어요. 남녀노소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인지 실제로도 대학생, 근처 회사원, 연세 지긋한 노인분들까지 다양하게 오시는 편이에요. 젊은 분들은 이런 문화를 신기해해서 좋아하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옛날 생각이 난다며 좋아해 주세요."







#낮맥 : 오늘살롱


오늘살롱은 성수동의 수많은 카페 중 유독 눈에 띄는 카페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는 이른 오후 맥주가 사람들을 그곳으로 이끌게 만든다. 어차피 오후 7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밤에는 방문할 수도 없지만…




"동네 주민부터 성수동에 놀러 오신 분들까지 다양하게 오세요. 평일에는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오죠. 그리고 유치원에 아이들 보내 놓고 어머니들끼리 한잔하기도 하세요. 보면 되게 즐거워 보여서 저까지 기분이 좋아져요. 칼퇴하고 잠깐 즐기러 오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가을이 특히 기대돼요. 가을에는 맥주 마시고 공원 산책을 할 수 있거든요."







#야맥 : 상생장


나만 가고 싶은 술집이 있다. 그런 술집이 인스타그램에서 보이기 시작하면 내 마음도 급해진다. 경동시장 으슥한 곳에 위치한 ‘상생장’이 그런 곳이다. 계단을 올라 가게에 들어서면 푸드코트와 전시공간 홀이 혼재되어 있는 묘한 공간이 나온다.




"저희 가게 대부분의 손님은 여자분이세요. 그리고 오시는 손님 중 많은 분들이 공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방문하세요. 시장 속에 이런 공간이 있는 게 신기하잖아요? 이곳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플리마켓이나 공연도 하죠.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서 일을 벌이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펍맥 : 루프엑스


특별한 장소가 없을 것 같은 판교 백현마을 뒷골목을 걷다 보면 스멀스멀 피어나는 향 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향을 쫓아가면 간판도 없는 루프엑스가 나타난다. 간판도 없고 성의 없어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들어가는 순간 완벽하게 다른 공간이 등장한다. 새빨간 조명과 함께 Stacey Kent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루프엑스의 매력은 넓은 공간감과 다양한 맥주에 있다. 동행자와 아무 말 없이 맥주와 공간만 즐겨도 몇 시간은 훌쩍 가버리는 마법 같은 장소가 한국에 또 있을까?




"저희 가게에는 전문직들이나 직장인들이 방문해주세요. 그리고 가끔 혼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가게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낮은 의자나 테이블을 신기해하세요. 근데 의자와 책상이 낮은 3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로는 낮은 의자와 테이블을 사용하면 천장이 높게 느껴져요. 높은 의자에서는 이 느낌이 절대 안 나기 때문에 낮은 높이의 의자를 사용하는 게 더 낫죠. 두 번째로는 공연을 위해 이동이 편한 의자를 사용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의자를 가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편하라고 저 의자를 사용하는 거예요. 의자를 가지고 가게 밖에 앉아서 술을 드셔서 상관없어요. 아니면 의자를 가지고 테라스나 ‘루프 Two’ 공간으로 가셔도 되죠.

이 공간은 공연 때문에 운영되고 있어요. 그리고 바와 카페는 기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돼요. 맥주가 많은 이유도 공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몰리기 때문에 다양한 맥주를 제공하면 좋아하시죠."







#혼맥 : 쓰리인어베드


‘쓰리인어베드(Three In A Bed)’라는 야한 이름에 찾아간 이 술집은 정형화되어있지 않다. 술은 손님이 직접 냉장고에서 꺼내 마셔야 한다. 저렴한 맥주부터 아주 비싼 맥주까지 내 취향대로 냉장고에서 꺼내면 그에 어울리는 컵을 매니저가 직접 건네준다. 나머지 남은 넓은 공간에서는 그저 술만 마시고 음악만 즐기면 된다. 이름과는 다르게 꽤 멋진 공간과 세련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쓰리인어베드’는 다트 용어다. 




"저희 가게는 저와 잘 맞는 손님이 온다고 생각해요. 인테리어도 그냥 제 취향대로 했어요. 그리고 음악이나 스피커도 그냥 제가 좋아하니까 신경을 많이 썼죠. 공간의 색이나 색감도 오로지 제 취향대로 선택을 했어요. 저희 손님들은 공간이 좋던지, 음악이 좋던지, 음악 사운드의 퀄리티가 좋던지, ‘쓰리인어베드’라는 야한 걸 상상할 수 있는 이름이 좋아서 저희 가게에 방문을 하시죠. 방문을 하신 분들의 취향은 어느 정도 제 취향과 비슷하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오는 손님들을 보면 저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느 한 부분은 저와 교집합이 있어요. 음악, 색깔, 분위기, 다트, 맥주 등 이 중 하나는 꼭 연결되어있죠. 제가 다트를 95년도부터 했어요. 다트를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다트에서 트리플 라인에 다트핀 3개가 다 들어가면 그걸 ‘쓰리인어베드’라고 표현해요. 그래서 가게를 한다면 꼭 가게 이름을 ‘쓰리인어베드’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객 중에 이 이름의 진짜 뜻을 알고 있다면 저랑 잘 맞는 고객이신 거죠.

제가 맥주가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고 그 앞에 오디오를 배치한 이유가 있어요. 지금 가게가 65평이에요. 일반 아파트 65평이면 대형 평수에 속하잖아요. 그런데 이 공간은 오로지 술을 마시며 즐길 수 있는 65평이기 때문에 전 항상 이런 공간을 집에 두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이걸 집에 둘 수는 없으니 제가 운영하는 ‘업장’을 통해서 그 꿈을 이룬 거죠. 이 가게는 ‘나의 65평짜리 거실’이에요. 저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그저 가게 손님일 수 도 있지만 저는 부잣집에 놀러 온 손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손님들도 ‘나도 이런 다양한 맥주와 음악이 있는 공간을 내 집에 마련해두고 싶다’라는 환상을 분명 가지고 있을 거예요."












YOIL MAGAZINE


Editor. 조경상

Photographer. 김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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