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마스크'는 왜 침해를 피하지 못했나

공지 요소의 결합이 만드는 새로운 심미감 — 대법원 2025후10235

by 여인재 변리사

공지된 형상을 결합한 디자인이라도, 그 결합이 종래에 없던 새로운 심미감을 만들어낸다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할 수 있다.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후10235 판결은 이 원칙을 마스크 디자인 사건에 적용하여, 3심 전 단계에서 일관되게 침해를 인정하였다.


사건의 배경 — '개구리 마스크'가 분쟁의 중심에 서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마스크 제조사들이다. 피고 금강이앤에스 주식회사는 2020년 12월 디자인등록 제1085401호를 취득하였다. 합성수지 소재의 마스크로, 상하 2단 구조에 상단 양끝이 원형으로 솟아오르고 반달형 통공이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개구리' 얼굴을 연상시키는 형상이 특징이다. 코와 입을 감싸는 부분이 둥글게 돌출되고, 가로 방향 덧댐부를 중심으로 상하에 통공이 배치되어 있으며, 하단 중심부는 뾰족한 직각삼각형, 양끝에는 벨크로가 붙는다.

원고 주식회사 모델로는 유사한 외형의 마스크를 제조·판매하다 금강이앤에스로부터 디자인권 침해 형사고소장을 받았다.

원고는 반격 카드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선택했다. "우리 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한 것이다. 그러나 특허심판원(2024당1561) → 특허법원(2025허10300) → 대법원(2025후10235)의 3단계 모두에서 패소하였다. 원고 측이 제시한 항변들이 왜 하나씩 무너졌는지를 들여다보면, 디자인 침해 분쟁의 구조를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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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디자인의 마스크


두 마스크,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양 디자인 사이에 공통점 6가지를 동일하게 인정하였다.


① 상하 2단 구조로 상단은 얼굴, 하단은 목을 감싸는 형태 ② 상단 양끝이 원형으로 솟아오르고 반달형 통공 — 이른바 '개구리' 모양 ③ 상단 중간부가 코·입을 감싸도록 둥글게 돌출 ④ 가로 덧댐부를 중심으로 상하에 다수의 통공 배치 ⑤ 하단 중심부가 접혀 뾰족한 직각삼각형 형성 ⑥ 하단 전체가 둥글고 양끝에 벨크로 부착

반면 차이점으로는 상단부 양측면 기울기(가파름 vs. 완만함), 하단 형태(수평 vs. 둥금), 측면 돌출 형태, 하부 모서리 처리 방식 등 4~6가지가 인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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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대상디자인


차이점이 공통점을 뛰어넘는가

결론은 '아니다'였다. 심판원도, 특허법원도 차이점은 "자세히 보아야 확인되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고, 착용 상태에서도 전체적 인상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보았다. 대법원도 이 결론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핵심은 공통점 ②, 즉 '개구리 형상'이 얼마나 강한 지배력을 갖느냐였다. 그리고 이 형상이 마치 개구리 얼굴처럼 보이는 시각적 인상은 측면 기울기나 모서리 처리 같은 세부 차이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다.


항변 ①: "구성 요소가 모두 공지된 것"이라는 주장

원고가 제출한 항변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우리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이미 공지되어 있으므로 자유실시디자인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원고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1개의 비교대상 디자인을 심판 단계에서 제출하였고, 특허법원 단계에서 1개를 추가하여 총 12개를 제시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이들을 하나씩 대조하여 확인대상 디자인의 6가지 특징과 비교하였다.


핵심 형상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통공(④), 직각삼각형 접힘(⑤), 벨크로(⑥)는 일부 비교대상 디자인에서 유사한 형상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상단 양끝이 원형으로 돌출되고 반달형 통공이 그 안에 배치되어 '개구리' 형상을 만들어내는 특징(②) 은 12개의 비교대상 디자인 중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에 관한 법리를 이렇게 정리하였다.


등록디자인을 구성하는 개개의 형상이 공지에 속하더라도, 이것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심미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에는 유사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상하 2단 구조, 반달형 통공, 코·입 돌출부는 각각 공지된 요소였다. 그러나 이들이 특정 위치·비례로 결합하여 만들어낸 '개구리 형상'이라는 인상은 선행디자인 어디에도 없었다. 개별 재료가 공지라고 해서 레시피까지 공지인 것은 아닌 셈이다.


항변 ②: "기능적 형상이므로 보호받을 수 없다"

원고는 코·입 돌출 형상, 통공 배치 등이 마스크의 기능(환기, 착용감)을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기능적 형상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체 형상이 있으면 기능적이라도 보호된다

대법원의 기준은 명확하다. 선택 가능한 대체 형상이 존재한다면, 단순히 기능과 관련된 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사 판단에서 중요도를 낮출 수 없다.

원고가 제출한 12개의 비교대상 디자인이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동일한 기능(환기 통공, 코·입 돌출)을 수행하면서도 12개의 디자인이 저마다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즉 '개구리 형상'이 아닌 다른 형태로도 얼마든지 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대체 형상이 존재하는 이상, 이 사건의 코·입 돌출부와 통공은 기능적이라는 이유로 유사 판단에서 배제될 수 없었다.


항변 ③: "등록디자인 자체가 창작비용이성으로 무효"

원고는 상고심에서 "통상의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들을 결합하여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쉽게 창작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하였다. 사실상 등록디자인의 유효성을 정면으로 다투는 취지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무효를 다툴 수 없다

대법원은 이 주장을 두 가지 이유로 배척하였다.

(1) 절차적 이유: 권리범위확인심판은 등록디자인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확인대상 디자인의 유사 여부만 판단하는 절차다. 등록디자인의 창작비용이성(사실상 무효 사유)을 다투는 주장은 이 절차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등록디자인이 무효라는 주장은 별도의 디자인등록 무효심판으로 제기하여야 한다.

(2) 소송법적 이유: 이 주장은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된 것으로, 원심(특허법원)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쟁점이다.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원심이 판단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을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이 판시가 주는 경고는 분명하다. 등록디자인의 유효성에 의문이 있다면, 권리범위확인심판과 병행하여 무효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법적 쟁점은 심판원 또는 원심 단계에서 빠짐없이 제기해 두어야 한다. 상고심에서 비로소 처음 등장하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

디자인 개발 단계에서 확인할 것

경쟁사 등록디자인을 회피하려면 개별 구성 요소의 공지 여부가 아니라 전체적 결합에서 오는 심미감이 다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부품은 바꾸었어도 전체 인상이 동일하다면 침해 위험은 남는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측면 기울기나 모서리를 다르게 처리하였음에도 '개구리 형상'이라는 핵심 인상을 그대로 유지하였기 때문에 3심 모두에서 패소한 것이다.

침해 분쟁 초기에 전략을 설계할 것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때 등록디자인의 유효성에도 의문이 있다면, 처음부터 무효심판을 병행하여야 한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진 다음에 "그러면 무효로 다투겠다"는 식의 순차적 접근은 시간적·비용적으로 불리하다. 또한 자유실시디자인 항변을 준비할 때는 개별 요소의 공지 여부를 나열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지배적 특징을 이루는 결합 자체가 선행디자인에서 도출 가능한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

이 판결의 한계

이 판결은 마스크라는 특정 물품의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 디자인 유사 판단은 물품의 종류, 수요자의 주의 정도, 거래 실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법리를 적용하더라도 지배적 특징이 무엇인지, 차이점이 전체 심미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된다. 구체적 사안에서의 유사 여부 판단은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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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5후10235 판결의 전문 분석과 자유실시디자인 항변 활용 전략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디자인 침해, 공지 요소 결합도 권리범위에 속한다 — 대법원 2025후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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