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by 요인영


‘나는 문제없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입니다.

약하고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두려워 늘 긴장 상태에 있는 것이죠.

매일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획합니다.

사람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고, 목적이 있으며 시간이 정해진 것들이 제 주변을

성벽처럼 지키고 있어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고, 가벼운 식사 내지 커피나 차를 마십니다.

요가원에서 수련을 할 때도 있고, 등산을 하거나 수영, 프리다이빙을 합니다.

하체 근력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상체 운동을 하러 헬스장을 갑니다.

1년간 PT를 받아 혼자서도 운동이 가능합니다. 매일 독서를 하고 정리하고 글을 씁니다.

이런 사람 SNS에서 많이 보셨죠?

자기 관리 철저하여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기준과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저의 몸은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진

않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요가 강사의 이미지는 아닌 것이죠.

저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어 늘 크고 작은 만성염증을 달고 삽니다.

두려움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투쟁과 도피 상태인 몸은 에너지를 하루를 버티는데

모두 사용하여 효율적인 에너지 대사를 할 수 없어요.

운동을 꾸준히 해도, 식단을 하고, 자기 관리에 시간을 들여도 기름이 줄줄 새는

연비 나쁜 차처럼 되는 것이죠.


이제야 넘어지고 망가지는 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호되게 넘어지고 굴러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순간을 경험하려는 것이죠.

단 하루도 홀로 설 수 없음에도 홀로 서 있다는 오만한 착각을 버리고,

손을 내밀어 타인을 돕고 결국은 자신을 살리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나 같은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고 판단하지 말고, 배운 것을 입 밖으로 내고,

생각을 공유하며 살아 보려 합니다. ‘문제를 드러내지 않기로 선택한’ 부분에 저의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어쩌면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누군가의 시행착오일 거예요. 실수와 과정이고, 실패이기도 하죠.

과정을 보며 감정이입이 되어 성공을 기원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실패할 수도 있음을 보게 됩니다.

다른 이의 좌절을 간접적으로 겪음으로 나와 다르지 않음을 보고 느끼며 안도하는 것이죠.

매 순간 위로가 필요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실패를 보여주는 어떤 이의 용기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하며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올해 200시간을 더 참여하는데,

브런치에 올릴 제 글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넘어지고 망가지는 모습,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일 거예요. 늦은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싶습니다.

10년간의 직장 생활과 20년의 부모로서의 삶, 그리고 저의 독서 편력이 요가 강사라는 통로를

통해 어떻게 담길지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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