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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조 Nov 08. 2022

비대면 보험, '과정의 간소화' 가장한 소통 부재

의 좋은 구실은 아닐까


전화로 간편하게 보험에 가입한다는 TV 광고를 접하면서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사람의 눈을 보지 않고 설명을 들은 보험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면채널 설계사는 거의 없는 통신판매가 주를 이루는 보험사가 이미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다이렉트보험이 자동차보험 시장의 중심에 섰다. 



최근 온라인에서 가입하는 실손보험까지 등장했을뿐 아니라, 단순 가입이 아닌 보험가입 상담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은 흔히 '무형의 상품'이라고 한다. 보험설계사의 이미지나 개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최근 보험업계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한 설계사 조직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보험상담광고를 하는 것으로 인한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소비자들의 특성은 30대 초중반으로, 보험상품 설계를 위한 기본정보는 제공하되 본인들이 원하는 회사와 상품 및 가입금액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핸드폰 연락처는 상품가입을 위해서 제공하지만 소통은 전화통화나 대면이 아닌 이메일이나 팩스로만 하길 원한다고 한다. 



보험설계사가 소비자와 소통을 시도하면 바로 거부당하는 것이다. 해당 조직의 보험설계사들은 힘들게 고객의 니즈를 끌어 내 고객의 경제력에 맞춰 만족스러운 설계를 해야 하는 부담 없이 부지런히 고객의 요구에 반응하면 되고, 본인들 역시 대면하면서 감정노동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들 말한다.



기존에 보험설계사들은 가족사랑, 노후설계 등을 테마로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좋은 보험설계사를 만나야 한다고 했었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팬데믹 이전에 이미 이러한 시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그 시장성은 더욱 단단해졌다고 한다. 이제 인맥이 아니라 온라인이 그 시장 그 자체인 것이다.



기존에 다이렉트채널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은 보험회사가 시장을 온라인으로 확대한 것이었다. 삼성화재다이렉트가 그러했고, 교보악사손해보험은 AXA보험사에서 한국에만 다이렉트상품을 판매한 경우다. 



금융회사가 더 나은 업무처리와 시장확대를 위해 온라인으로 기반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있는 SNS를 기반으로 한 보험회사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카카오보험이 그 대표적 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플랫폼에 보험 채널을 장착하고 우리의 금융생활에 스며들 예정이다. 판매 방법 뿐 아니라 보험금 청구도 비대면으로 이뤄진 지 한참이 지났다. 



어차피 시장이 설계사의 반응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 힘들게 연결되는 전화는 AI상담사가 대답을 하거나 ARS로 넘어간다.



핸드폰에 깔린 앱으로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고 각 보험사별로 일정금액을 정해 그 이하 금액은 팩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서류를 실체가 있는 종이서류가 아니라 파일로 받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에게 과정의 간소화를 가장한 보험금 지급심사에 대한 소통부재의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보생명의 경우는 우편접수처 주소 자체를 몇 년전부터 아예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보험사에서 보험금의 객관적인 지급심사를 위해서 손해사정법인에 보험금조사를 외주로 주고 있지만, 담당조사원과 담당본사심사자가 전화통화가 금지되는 보험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에서 요구한 조사내용 외에 보험조사원(손해사정사)가 의견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손해사정업체의 외주화가 아니라 예속화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현장에서 만나는 보험사측 조사원(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보조인)들은 자신들은 요구사항을 들어줄 뿐 의견을 낼 수는 없다고들 한다. 



보험금청구를 앱으로 하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돼 있는 정보제공동의서에서 일부 동의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있더라도 동의를 하지 않으면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동의여부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드시 불편함을 대가로 치러야 하는 합리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편리함의 달콤함에 취해 내 권리를 시나브로 내어주는 우를 범하고 있는 보험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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