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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29. 2021

가족이 사라졌다

사람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여 다른 단위의 ‘가족’으로 독립하게 된다. 전통적인 가족은 성인이 된 자녀가 결혼을 통해 생성돼왔다. 그러나 현대는 결혼이 아닌 단순히 거주공간을 분리하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는 1인으로 구성된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가구 1981만6000가구 중 29.2%인 578만8000가구가 1인 가구라는 것을 통계청 자료를 통하여 확인하였다.



그리고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혼인건수는 전년 대비 6.1% 줄어든 26만4500건이었다. 연간 전체 혼인건수는 6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2년 연속 20만건대에 그쳤다. 인구 1000명당 결혼하는 혼인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7년의 조이혼율은 2.1건으로 결혼한 커플의 40%가 이혼을 한다.



2018년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채 1명의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혼인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가족은 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인구감소로 인한 국가 붕괴를 염려하는 여러 통계와 근거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1인으로 구성된 가구는 늘어나고, ‘가족’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위에 나열한 여러 상황들을 이유로 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공수래 공수거’로, 자기 혼자 떠나도 걱정될 가족이 없으니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주장이다.



같은 상황에 대한 나의 입장은 이렇다. 지금 나에게 보험에 왜 가입해야하냐고 묻는다면 ‘사랑하는 가족이 없을 것이니까’라고 대답하겠다. 10년 전에 보험을 왜 가입해야하냐고 나에게 물었다면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대답했을 것이지만 생로병사를 주제로 하는 보험이라는 상품은 인간의 생로병사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그 존재 이유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가족이 없다’라는 표현의 뜻은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다’가 아닌 존재하더라도 ‘경제적 능력을 가진 가족이 없다’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독립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 점점 짧아지는 은퇴 기간에 반비례하게 은퇴 이후 잔존여명은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독립을 늦게 한 자녀가 부모를 돕기 힘들고 은퇴 후가 힘든 부모가 자녀를 경제적으로 돕기는 힘들다.



그렇다. 당신 또는 당신의 자녀에게 보험이 필요한 어떠한 일이 생겼을 경우에 힘을 보탤 가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큰 병에 걸렸을 때 당신을 간호해줄 가족도, 병원비나 사고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가족이 없을 것이다. 존재하지 않거나, 경제력이 없거나. 어쨌든 없는 가족.



당신에게는 다행히 배우자가 있다 해도 황혼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요즈음 당신이 노후에 돈 없고 힘없어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야 할 때 배우자가 곁에 있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는 내가 떠난 후의 가족이 아니라 가족이 없는 나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을 해야 한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아프거나 사고 날 가능성은 차이가 없고 불운한 일을 만날 경우의 비용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상상해보라. 암에 걸린 당신은 부모가 돌아가셨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가끔 친한 친구가 문병을 오겠지만 지금부터 당신은 병원비와 간병비, 그리고 퇴원 후 돌아가야 할 집의 월세 혹은 대출이자를 밀리지 않고 해결해야 한다. 당신이 배를 가슴부터 배꼽까지 가르는 큰 수술을 하고 간병인 없이 혼자 지내지 않을 생각이라면 ‘공수래 공수거’라는 핑계를 꿀떡 삼키고 당장 보험증권을 펴놓고 진지하게 혼자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는 때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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