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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Feb 22. 2021

AI시대에 보험인으로 살아남기

얼마전에 인연이 오래된 손해사정사님이 드디어 오랫동안 기획해온 손해사정앱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조만간 다른 지인의 앱도 출시될 예정이다. 서점가에서는 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현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 미래가 머지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가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온라인보다는 손으로 만지고 고르는 쇼핑이 즐겁고 메신저를 통해서 오는 청첩장보다는 봉투를 열어보는 청첩장을 들고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이런 나는 인공지능시대에 손해사정사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손해사정사라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약관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하는 사람이다. 보험사측 손해사정사는 약관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하고 소비자측 손해사정사는 보험약관의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약관의 기준에 따른 서류준비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전문성을 발휘하게 된다.




생명보험과 제3보험의 보험약관은 민법과 의학적 기준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험약관을 어려워한다.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약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의사가 보험금 지급업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법과 의학적 지식이 모두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의학이든 법이든 그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업무능력이 좋아진다. 위 능력을 AI가 대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나라 대법원은 2020년까지 개인 회생·파산 재판에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간 변호사가 300건을 처리하는 동안 인공지능 변호사는 60만건을 처리한다. 덕분에 우리 로펌은 인건비를 80%나 줄일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인간 변호사를 뽑지 않고 있다.(최근 영국법률회사 렉스 CEO 인터뷰)”


- ‘에이트’ 본문 중에서 -




이미 법률에 관한 처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었다. 대법원에서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한 후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면 보험사에서는 보상에 관한 인력 중 법률에 관한 업무를 인공지능에 맡기게 될 것이고 지치지 않는 인공지능이 쉬지 않고 법률적 검토만 해줘도 업무의 효율성은 초고속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보험사에서 일처리가 정확해진다는 것은 오류가 적어진다는 것이고 보험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것이 업무인 소비자 측의 손해사정사의 일거리는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 손해사정사는 의학도 알아야 하니까.




의학적 소견에 대한 보험사측과 소비자측 의료인의 입장 차이나 정확한 의학적 입증서류를 준비하지 못하는 소비자 혹은 보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여 서류를 보험사의 기준대로 작성해주지 못하거나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의료진이 있어서 의료자문이나 여타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의학적 입증을 돕거나 반증을 해내는 것이 손해사정사의 업무이기도 하다.




“이미 전 세계 90개 이상 병원에서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12월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등 전국 여러 병원이 왓슨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실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2014년 미국 종양학회 조사 결과 사람 의사와 왓슨의 암 진단 결과가 자궁경부암 100%, 대장암 98%, 직장암 96% 수준으로 일치했다. 또 2017년 가천대길병원 발표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 118명에 대한 왓슨의 ‘강력추천’ 치료법과 사람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의 55.9%가 일치했고, 대장암·위암에 대해 ‘추천’까지 포함한 치료법 일치 비율은 72% 일치했다.”




- M경제신문 2019년 12월 28일자 기사 ‘AI의사 8초만에 치료법 제시하면 인간 의사 최종결정’ 중에서 -




위의 기사를 보면 의학적 판단도 이제는 인공지능이 해결해줄 예정이다. 암진단도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일정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장애등급판단을 하는 것은 더 쉬울 것이다. 그리고 항상 분쟁의 요소가 되는 의사에 따른 주관적 판단요소도 인간의사에 비해 최소화될 것이다.




그래도 ‘피해자의 고통 공감’이 손해사정사의 기본소양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나에게 ‘에이트’의 저자는 책에 다음과 같이 대답해주었다.




“인공지능 의사, 약사, 법률가에 대한 뉴스 기사 등을 보면 말미에 꼭 인간 의사, 약사, 법률가의 반론이 나온다. 인공지능은 공감 능력이나 창조적 상상력이 없기 때문에 인간 의사, 약사, 법률가를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나는 지난 몇년 동안 참많은 사람에게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다들 병원과 약국을 몇십년 넘게 이용했지만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아픔에 절절히 공감해서 함께 눈물 흘려주거나 의약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치료법을 제시하는 의사나 약사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내가 ‘공감하고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시장의 소비자들이 여기에 공감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안정된 자격증 중 하나로 여겨지는 보험계리사 또한 이 위기 앞에 분명 흔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업계의 직종 중 AI시대 가장 유망한 직종은 소비자의 공감을 일으켜야 매출이 일어나는 보험영업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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