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현 Jun 28. 2021

2002년 이후 실손의료보험은 어떻게 변했나



실손의료보험은 당초 손보사 영역이었다. 생보사가 실손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이다. 이후 실손보험은 생명보험 소속 설계사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되고, 생보사에서 판매하는 상품뿐 아니라 실손보험 자체에 대한 정의가 ‘가입할 수도 있는 보험’에서 ‘가입해야만 하는 보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류를 타고 손보 설계사들은 물론, 실손보험이 출시되지 않은 생보 소속설계사들도 교차판매를 통해 실손보험이 민영의료보험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렇게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이제 ‘실손도 없어?’라는 말로 그가 얼마나 보험에 문외한이고 관심 없고 준비되어 있지 않은지를 표현하게 되었다. 그만큼 실손보험은 소비자나 보험사 입장에서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다.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보험사의 심각한 손해율을 이유로 여러 차례 개정되는 과정과 갱신보험료 인상을 두고 보험사와 정부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단독실손보험과 일명 ‘착한’ 실손보험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독실손보험의 출시는 실손보험 특약을 삽입할 수 있는 장기보험상품의 시장확보 수단에서 손해율이 점점 높아지는 실손보험 특약이 개별 상품화되면서 보험사의 상품별 손해율이 치솟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다음 조치가 실손보험의 손해율에 가장 기여하는 비급여진료 중 일부를 개별 담보화하여 손해율을 조정하려 하고 있으나 이 또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원한 해결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개별 담보화하더라도 갱신시 보험료의 인상률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현재는 실손의료비를 자동차보험처럼 개인의 위험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보험계약 인수에서도 아무리 소액 계약이라고 할지라도 인수절차에서 언더라이팅을 까다롭게 진행하여 보험계약의 가입 문턱을 점차 올리고 있다.

이렇게 실손보험이 보험시장의 주요 이슈가 되면서 다른 정액보상 상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실손보험 가입의 일반화로 인해 아무리 소액이라도 보험금 청구내역에 따른 병력이 보험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금 청구로 인한 병력의 노출은 그 경중과 상관없이 정밀한 언더라이팅이 요구되며 이는 암보험이나 종신보험 등의 가입에 있어 일부 담보내용의 보장을 제한하는 부담보 계약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보완 절차가 싫거나 보완서류를 시간 내에 제출하지 못해서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황에서 내가 소비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은 “실손을 유지해야 하는가?”이다. 그런 실손보험이 그 보험의 기본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 없었으면 저 사람 어떻게 살까?’ 싶은 사람들을 매일 만나는 게 직업인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질문이지만 그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렇다. “처음에 내던 보험료는 수용이 가능해서 가입하였는데 갱신되어 인상된 금액을 보니 겁이 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대로 몇 번만 더 갱신되면 그 보험료로 연금에 가입해도 될 거 같다는 나름의 계산한 결과였다. 그래서 요즘 새로 출시된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보험료를 절감하던가 질병이 걱정되는 연령 즈음에 다시 가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답은 “무조건 현재의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게 2007년 계약이든, 2018년 계약이든. 무조건 현재 가입한 그대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보험을 유지하는 동안 분명히 본인은 병력이 생겼을 것이다. 새로 가입하거나 나중에 가입한다고 하면 무조건 그 병력을 가진 기왕병력자로서 가입을 하게 되고 유병자로 가입을 하게 되더라도 보상에 있어 제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본인은 절대 병원 다닌 적 없다는 진실한 거짓말(본인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데, 서류 보면 본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다름)을 하는 것은 본인만은 예외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둘째,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보다 병원비 인상률이 더 무섭다. 7~8년 전만 해도 자궁근종은 소파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하이푸수술이라는 신의료기술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고 그 비용은 소파수술의 몇 배가 된다. 새로운 치료제 혹은 수술방법 등은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당신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어떤 치료법이 100만원이라면 그에 대한 신의료기술이 개발되면 적어도 500만원 혹은 1000만원을 초과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실손보험이 없다면 100만원짜리 치료법을 선택하고 싶겠지만 의료시장에서 100만원짜리 환자를 반가워할 리 없는 것이 현실이고 무엇보다도 100만원짜리 치료법의 회복 기간이 일주일이라면, 1000만원짜리 신의료기술의 회복기는 1박2일 정도일 것이다.

사실, 신의료기술까지 고민해볼 필요도 없다. 전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암을 진단받을 시 실손보험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치료 가능 범위의 차이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쉬운 예로 암요양병원 한 달 병원비가 저렴한 곳이 300만원인데 아무리 진단금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그 300만원을 마음 편히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험료 때문에 실손보험 유지를 고민하는 분들의 보험료가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였다. 그 보험료가 3번 정도 더 갱신되어 20만원이 된다고 가정하자. 1년이면 240만원이다. 그리고 당신이 주변에서 아는 흔하디 흔한 나이 먹으면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그 수술들. 인공관절치환술, 심장카테터삽입술, 국민 3명 중 한 명이 진단받는다는 암수술, 여성의 경우 하이푸수술 등의 1회 비용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 수술을 한 번이라도 받게 된 이후의 몸 상태에서 소비하게 될 의료비를 생각한다면 실손보험료의 인상과 그에 대한 지출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손보험이 비싸진 것이 아니라 당신이 국산 소형차를 타는 것보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수입차량을 탈 때 자동차보험료가 비싼 것과 같은 이유라는 것을 이해한 상태에서 판단한다면 훨씬 쉬운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손보험료를 20년 후에도 보상액이 고정되는 정액보상과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자가격리 생존보고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