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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Aug 20. 2021

민원 서류 쓰는 방법


보험사고(교통사고, 암진단, 뇌출혈진단, 골절 등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는 질병 또는 상해)가 일어나면 우선 사고내용을 입증하는 서류(진단서, 교통사고사실확인원 등)를 첨부해 보험금 청구를 한다. 그러면 3일 이내에 보험금을 주거나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첨부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 외에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현장조사를 나오거나 추가 서류를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에 부합하지 않은 사실관계가 확인이 되면 보험금은 당연히 지급되지 않는다. 이 판단은 보험사 입장이고 피보험자 입장에서 이 판단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민원 내용은 지급처리 과정 중의 절차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지급 결과일 수도 있다. 민원을 제기하는 곳은 지급심사를 한 보험사인 경우도 있고, 금융감독원에 제기하거나 한국소비자원 또는 국민신문고 등 채널은 여러 가지다.

나는 개인적으로 불만이 생기면 민원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남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손해사정사들 중에서도 의뢰인에게 민원을 권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보험사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손해사정 의견을 피력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이라는 제도는 필요하고, 그 제도를 통하여 합리적으로 처리되지 못한 일들이 좋은 방향으로 선회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오늘은 부득이한 경우에 민원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자 한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민원을 제기하였지만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는 사안에 대하여 그 민원서를 보면 민원을 제기한 대상인 보험사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알 수 없고 민원자가 무척 기분이 나빴다는 말만 빼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민원을 조장하고자 함이 아니라 정말 민원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서류 작성의 미숙함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며 앞서 언급한 민원자들의 민원사유에 대해 본인이 모두 공감한 것도 아니므로 민원의 남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뜻에 반한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서류 작성 요령 안내에 앞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안이 민원으로 해결할 사안인지 담당자와 소통을 원활히 하면 해결될 사안인지를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 나한테 억울하고 화가 난다면서 전화해서 토로하는 많은 건들이 내가 들으면 담당자 입장에서 해결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을 만큼 피보험자 측과 소통이 안돼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무작정 병원 서류에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진단 코드 때문에 서류 보완을 요청했는데, 병원에서 협조를 하지 않거나 병원에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해서 지급이 보류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지급심사자를 탓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런 경우에 보험사 직원 또한 언어라든가 전달 방식이 미숙하거나 불손한 경우도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보험사는 돈을 안 줬고 안 줬으면 나쁘다는 흑과 백 논리로 지급심사자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명확하게 보험사에서 약관에 위배되는 등의 잘못이 있어서 민원을 제기하려 한다면 지급심사자 또는 보험사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정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청구 접수 일자, 청구 후 현장조사 필요 안내 일자, 조사자 만난 일자, 보완서류 제출 일자, 추가보완 요청 일자 등을 정확히 하는 것이 좋다. 보험금 지급은 보험업법 및 보험감독규정에 의거하여 진행되는 과정이므로 처리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해당 날짜에 보험사와 어떤 소통을 하였는지 명시해야 한다. 보험사에서 요청한 보완서류와 그 요청 사유 등에 대한 내용과 그 과정에서 민원자가 이해한 내용과 사실관계가 세밀할수록 좋다.



셋째, 위 과정에서 민원자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감정 없이 기술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10년간 보험료를 내고 처음 청구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힘들게 할 줄 몰랐습니다” 같은 내용은 민원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민원을 수렴할 대상은 민원자의 감정이 아니라 민원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민원자가 화가 났다는 것은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전달이 된 사실이므로 보험사에 대한 화가 아니라 지급과정 중 일어난 사건 중 어떤 것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제기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음은 좋은 예다. “본인은 보험사의 요구에 따라 익일 2021년 8월 4일에 보완서류를 모두 제출하였으나 묵묵부답인 채로 2주간의 시간이 경과된 2021년 8월 20일에 본인이 전화를 걸어서 지급 여부를 확인하자 그제서야 다시 추가서류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넷째, 위 세 가지 내용을 유념하여 작성한 사실관계에 대한 기술을 한 후에 민원 수렴자(보험사민원센터 등)에게 묻고자 하는 사항을 다시 정리하여 민원 수렴자가 답변해야 할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도와야 한다. 만약,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정도에서 내용이 끝난다면 그 내용 안에서 민원 수렴자가 직접 보험사가 잘못을 한 것을 찾아내어서 민원자에게 답변을 해야 하므로 민원 수렴자의 입장과 민원자의 입장 차이로 인하여 민원에 대한 답변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예를 들자면 “보험사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여 보완서류를 제출하였으나 이를 검토하지 않고 2주 후에 본인이 연락을 하자 또다른 보완서류를 요청하는 것은 의도적 지급처리 지연이 아닌지 불쾌한 마음이 드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①기제출한 서류가 미비하였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②청구 사안에 대한 심사 필요서류가 왜 한 번에 안내가 어려운 것인지 ③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인지, 바뀌는 것이라면 그 기준이 무엇인지 심사자 개인의 입장이 아닌 귀사의 공식적인 매뉴얼과 기준에 대하여 알고자 질의를 드립니다”와 같이 앞서 기술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민원 수렴자가 답변해야 할 내용을 다시 짚어주어야 한다.



이상 내 나름대로의 민원서 작성요령을 정리해보았다. 이 내용은 보험금 관련뿐 아니라 대상이 어디든 민원서를 작성하는 데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원이 만사형통이 아니고 가장 좋은 것은 그 전에 해결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민원서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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