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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May 11. 2022

잃어버린 나를 찾는 방법

내가 나를 잘 몰라 헤매던 20대 시절이 있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어떤 것이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몰라 삶이 불투명하고 희미해 불안했다. 그저 매일 회사를 다니면서 그 주어진 일에 쫓기듯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맞나 의문이 들었다.

회사 업무가 힘들어 주말이면 늘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의 시간은 빈틈없이 빡빡했다. 금요일 저녁 약속부터 일요일 점심까지 모든 시간은 약속이 있었고 누군가와 함께 였다. 그렇게 해야지만 나의 힘듬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귀갓길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너무 지치고 피곤하다'

내가 좋아서 만든 약속 자리, 신나게 떠들고 마시고 먹고 즐기고 돌아오는 귀갓길에서 나는 굉장한 지침을 느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나를 찾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그때부터였다.

혼자의 시간을 쓰기 위해 노력한 것은.

혼자서는 걷는 것도 싫어하는 나, 밥은 커녕 커피도 혼자 못 마시는 나였는데 나는 나를 찾기 위해 나 혼자만의 시간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말 약속을 줄이고 혼자 떠나는 도시 여행을 했다.

삼청동, 합정동, 망원동, 연남동, 익선동. 

책 한 권, 이어폰, 휴대폰, 노트 하나, 팬 한 자루.


혼자 카페에 앉아 노트에 나의 생각을 적는 시간들을 가졌다. 나의 복잡한 머릿속의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과정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대답.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에 대한 질문들을 쓰고 답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답은 없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것이 허다했으니까.


'왜?' '뭐지?' '음.. 글쎄?'

이런 문구가 많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마구 적어내려 갔다.

이 시기부터 다시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한 권 읽으면 또 다음 책, 또 다음 책, 끊어지지 않고 읽기 위해 노력했다. 에세이, 소설, 고전문학 무엇이든 읽었다. 읽는 시간은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책에서 얻는 많은 조언, 위로가 나를 찾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거의 10년 전 일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여전히 같은 방법으로 온전한 나의 중심 코어를 지켜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시간이 다시금 절실하다는 것을 안다.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는 방법.

바쁘다고 제쳐두었던 나를 위한 시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인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일 테니 다시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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