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el의 매일 기록하기 2021년 2월 4일 목요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런데 그 실수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가 그리고 그걸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는 모두 다르다.
모든 실수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보통 업무적인 것에 대한 실수는 비용/시간/노력 등의 부차적인 것들이 엄청 크게 들어가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훨씬 더 조심해서 해야 한다. 나의 실수로 인해 회사의 막대한 비용/시간/ 다른 직원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한 실수는 어떨까?
약속을 안 지킨다거나, 시간 약속에 늦는다거나, 무례하게 한다거나 하는 의식이 있는 실수와 술에 취해 컨트롤이 불가능한 의식 없는 실수가 있다.
나는 생각보다 그런 실수를 경험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업무적인 실수 혹은 사람에 대한 실수 모두.
물론 일을 하면서 내가 실수를 한 적도 있고 상대가 실수를 한 적도 있지만 엄청나게 큰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술 때문에 실수를 해서 문제를 겪은 적도 거의 없는데 최근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그런 경험을 당했다.
거의 인생의 절반을 함께 살아온 친구인데 이렇게까지 취한 것도 이렇게까지 행패를 부리는 것도 처음 봤다.
그리고 그 타깃이 나였을 때 나는 그 순간을 감당하기 매우 어려웠다.
술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것을 솔직히 처음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아 내가 여태까지 술 먹고 고주망태가 되고 개가 된다는 사람들을 안 보고 살았구나를 알았다.
물론 이 친구가 개가 됐다고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 전혀 안 통했고, 화가 나있었고, 힘으로도 통제가 안되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어떻게든 택시를 태워 보내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다.
그 밤중에 둘이 길바닥에서 싸우고 구르고 내 인생에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은 경험이었는데, 이게 참 묘하다.
그 순간엔 너무 힘들고 친구가 밉고 그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술 때문이고 나한테 이 친구가 소중한 사람이고 우리가 오래오래 함께 해 왔었기 때문에 술 깬 그 친구와의 대화에서는 화가 하나도 나지 않더라는 거다.
그런 난리를 피우고 나한테 데미지를 주었는데도 다음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는데 나는 낄낄 거리면서 그 애의 부끄러운 만행을 알려줬다. 그때 그 순간의 화는 있었지만 다음날이 되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실로 나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보통 화가 나면 바로 풀리지 않을 텐데 이건 술 때문에 한 실수여서일까, 아니면 이 친구를 내가 소중히 여겨서일까, 이 친구를 내가 믿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묘하다. 신기하고.
왜 아빠들이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당하는지, 돈을 떼이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또 그 친구를 믿고 기대하고 기다리는 답답한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말이다. 평생을 함께 해왔던 믿었던 내 친구이기에 미움보다는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애처로움과 안타까움이 더 커서는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 해코지를 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미워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