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el의 매일 기록하기 2021년 3월 8일 월요일
약속이 있었다.
그 앞에 일정이 있어 저녁 6시쯤 보면 되겠다고 정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일찍 끝날 수 있을 것 같았고, 상대는 집에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연락을 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카톡을 읽지 않았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들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그러던 차에 내 일은 끝났고 약속 장소에 닿았을 무렵 급하게 전화가 왔다. 잠들었다가 이제 깼다는 말과 함께.
깨어난 시간은 이미 6시까지는 올 수 없는 시간이었다.
조금은 짜증이 났다. 하지만 내가 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난 것도 있었고, 이미 잠들었다가 깬 것, 그리고 미안해 해는 사람에게 짜증 내 봤자 무엇 하나 싶어서,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조심해서 오라고 하고 끊었다. 다행히 카페에 자리가 있어 커피 한잔과 아침에 챙겼던 책을 읽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니 나만의 시간이 생긴 것 같아사 기분이 좋아졌고 평온해졌다. 그리고 헐레벌떡 도착한 상대의 미안한 얼굴에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 강의를 자주 본다.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사람마다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에 대한 점수 체계는 모두 다르다고. 누군가는 1점부터 10점까지 가지고 있어서 6점 이상이어야 화가 난다거나, 5점 이하면 이해할 만하다거나, 8만큼 슬퍼서 울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1점-2점이 끝이어서 괜찮거나 화나거나, 괜찮거나 슬프거나 와 같이 극단적인 감정의 폭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람마다 어떤 감정은 양극화되어 있어도 또 다른 감정은 폭이 넓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상대가 어떤 타입의 사람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내가 얼마큼의 감정의 점수폭을 가진 사람인지, 그리고 그 점수폭이 세밀하고 촘촘할수록 포용력, 이해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럴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는 그 강의의 내용을 들으면서 앞에 약속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화에 대한 감정의 폭이 1점과 2점 사이의 사람이었다면? 혹은 1점-3점 사이의 사람이었다면?
이미 늦어 버린 상대에게 화를 내 버렸겠지? 그럼 그날의 우린 서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시간을 보내야 했겠지? 하지만 나는 그날 저녁 아주 만족스럽게 시간을 잘 보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상대는 충분히 미안해했고, 나는 충분히 이해했으므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을 달리 먹으니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소중했을 정도로.
무작정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보단 생각해 보고 상대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을 먼저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내 감정의 점수폭들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그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고 다스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 역시 같은 상황일 수 있고, 그 역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보단 이해해 줄 수 있다면 이해하고 넘어가 보면 어떨까? 그럼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까지 받으면서 그 시간을 더 행복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