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지 않게 해 둘 것들 (저장)

Riel의 매일 기록하기 2021년 3월 31일 수요일

by Riel

내 스마트폰은 통화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모두의 통화 기록을 남길 수도 있고 선택적으로 내가 남기고 싶은 사람의 통화만 저장할 수도 있는데,

나는 내 소중한 사람의 통화만 남긴다.


부모님과의 통화는 모두 기록되고 있는데, 이는 나중에 혹시라도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나이가 들어서 돌아가시게 되면 부모님의 얼굴, 목소리, 행동이 그리워질 거라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취지로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휴대폰 용량이 무한정이 아닌 입장에선 주기적으로 과거의 기록들을 삭제해줘야 하는데, 그게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모든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지만 일부러 저장해둔 2020년의 어느 날, 2021년의 어느 날의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용량 때문에 그냥 다 날려버리는 것이 싫었다.


나는 부모님과 꽤 잦은 통화 그리고 꽤 긴 시간의 통화를 잘하는 편이기 때문에 최근 기록을 보니 작년 11월 경부터 엄마는 100건이 넘는 통화량이 아빠는 약 30건 내외의 통화기록이 있었다. 저장해 둘 방법을 찾다가 해당 음성파일을 온라인 하드로 옮겨서 저장해 둘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최근 4개월 정도의 통화에서 한 달에 1-2건으로 긴 통화 위주로 아무거나 랜덤 하게 뽑아서 약 10-15개 내외를 선별해서 업로드했다.

그리고 웹하드에 가족들이 함께 찍었던 동영상들도 모두 업로드 해 두었다.


지금은 내 곁에 있는 게 당연한 가족들이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연락하기 어렵고 따뜻하게 말하기보단 퉁명스러워지는 게 가족이다. 나중에 어느 순간이 오면 내가 그랬다는 것을 후회하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지금 이렇게 해 두는 작업들이 나중에 나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들에게도 내가 남겨둔 이런 추억들이 사랑으로 남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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