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세 고시와 관련된 영상을 여럿 보았다. 일부 지역에서 유명 학원 입학을 위해 7세 때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이 시험을 마치 대입처럼 준비하는 데서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시험 현장을 담아낸 영상에서 일부 아이는 불안감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보호자는 "할 수 있다"라고 연신 말하며 정말 대입 수능 현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7살 아이들이 치르는 시험 문제는 과연 어떤 수준일까? 문제지를 본 교사, 소아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은 혀를 내두르며 이건 7살 아이가 풀 수 없는 문제라 이야기한다.
시험 문제 중 다수는 '추론'이나 '암기'를 필요로 하는데,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추론을 할 수 있는 뇌가 아니라고 말을 덧붙였다.
전두엽이 보통 만 7세 때 발달하기 때문인데, 만약 시기에 맞지 않는 형태의 자극을 계속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뇌는 시기별로 받아야 하는 필수 자극이 있는데 유아기 때는 정서자극과 사회성적인 자극이 필수적이다. 부모,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함께 하는 일상에서 오는 자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직관적인 사고를 하는 이 시기에 과연 이런 종류의 자극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이에게 괜찮은 걸까? 반문해 본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10년, 20년 후 우리 자녀들이 잘 살기 위해 어떤 역량이 제일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돌발적으로 발생해서 대처하기 어려운 일들을 'X-event'라 부른다. 예상할 수 없는 기후 변화나 따라갈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발전 등도 하나의 'X-event'로 볼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여러 차례의 X-event를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위기의 순간을 잘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 2가지를 생각해 본다면,
1) 하나는 "시대에 맞는 문해력"이고,
2) 다른 하나는 "회복탄력성"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와 데이터가 방대해지는 만큼, 생성형 AI를 비롯한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다양한 툴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과 기술 발달을 기민하게 습득할 수 있어야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접목할 수 있는 나만의 문해력과 사고력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대에 맞는" 수식어를 덧붙였다. 문해력에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민함도 녹여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회복탄력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회복탄력성은 좌절의 순간을 겪더라도 빠르게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이 낮으면 좌절의 순간에 무기력에 빠져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유아기부터 모두가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교육환경에서라면 과연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4세 영어유치원에 이은 7세 고시까지...
과연 우리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부모로서 어떤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아이와 어떤 시간들을 채워나가야 하는 걸까?
많은 것들이 고민되는 요즘이지만, 한 명의 사람을 키워내는 일에는 정답이 없기에 참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조건적인 선행학습과 경쟁, 획일화된 목표로는 20년, 30년 후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