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육아 정보, 과연 좋기만 할까?
넘쳐나는 육아정보, 과연 좋기만 할까?
임신을 확인한 그 순간부터 부부는 무한 선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출산의 방법에서부터, 아이를 낳은 후에는 각종 육아용품의 선택을 끝없이 강요받게 된다.
육아용품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울 때 필요한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이게 좋다', '아니다, 저게 좋다'는 육아의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의 엄청난 양의 정보 또한 피할 수 없다.
예로, 아기를 재우는 방법에 있어서 서로 상반된 내용을 전달하는 육아정보를 우리는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분리수면이 좋으니 꼭 OO법을 활용해서 분리수면을 시도해야 한다
vs 정서적으로 부모와 함께 자는 것이 좋다
아이가 20개월이 지난 요즘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신체적 발달과 언어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인 만큼 부모의 역할이 많이 강조되는 것은 물론이고, 필수 장난감이나 전집으로 언급되는 것들 또한 여전히 많다.
특히 이 전집이 있어야만, 이 낱말카드가 있어야만 아이의 언어발달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식의 콘텐츠를 볼 때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다가도 마음 한편에 이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애바애다'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자'
몇 번을 다짐해도 개월수 별 아이 발달을 검색하거나 내가 뭘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최신 놀이 정보를 계속해서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바로 "불안감" 때문이다.
나만 못해주는 건 아닐까?
우리 아이만 느린 건 아닐까?
이런 불안함을 외면하지 못하고 큰 다짐의 과정을 거쳐 육아나 놀이 정보를 찾아보자면, 역설적이게도 불안함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되고 만다.
정보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육아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요즘이다. 새로운 장난감이 출시되어 '국민 장난감'으로 여러 SNS에 소개되는 날에는 그날로 그 장난감이 우리 집에 없으면 나는 뒤쳐지는 엄마가 되어 버린다.
'애바애라며?'
아이마다 발달 속도도, 성향도, 기질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다른데 왜 우리는 획일화된 정보를 찾게 되는 걸까?
엄마표 놀이 정보를 접할 때면 혹해서 스크랩해두었다가도 '이걸 안 하면 큰일 난다'거나 '이걸 이 시기에 꼭 해줘야 발달이 잘 된다'거나 하는 자극적인 정보를 연속으로 접할 때면 상당한 회의감이 든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SNS에 올라오는 이상적인 모습들을 왜 그저 그대로 따라가려 할까?
그 바탕에는 '비교'가 있지 않을까. 육아에서조차 획일화된 기준을 정해놓고, 답지를 따라가야 할 것 같은 마음.
그것을 하지 않으면 내가 엄마로서 부족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바로 여기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출산 전까지 우리 부부의 가치관에 맞게 아이를 키우자 수 번 다짐했건만, 막상 낳아보니 주변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더 힘든 시대이다.
비교육아를 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어느덧 육아조차 트렌드가 되어 버린 요즘, 상업적인 광고와 SNS 홍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부부만의 기준이 꼭 필요하다.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육아의 가치, 본질.
우리 아이의 기질.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엄마 아빠 두 사람이 일관된 기준 하에 답할 수 있으려면 각자의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둘 사이의 부족하지 않은 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와의 견고한 시간을 바탕으로 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는 어떨 때 즐거움을 느낄까?
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하게 노는 순간은 언제일까?
우리 아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어떤 걸까?
어떤 부분을 더 채워주면 좋을까?
맞벌이 부부에게 허락된 아이와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양을 늘리기가 어려운 구조라면 적어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려 아이와의 시간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우리 아이를 채찍질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꾸며진 혹은 의도된 이야기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아이에게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걸러내는 안목을 가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