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유금지법, 왜 이렇게 뜨거운가

영어유치원 막차 타야 된다?

by 요진
영어유치원 보낼 거야?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누군가에게 해봤을 질문이다.


합계출산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음에도 키즈 시장은 전반적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5년간 영유(영어학원)의 증가 추이는 무서울 정도이다.



그래프를 보면 서울에 집중되어 있던 영어유치원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영유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회의적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 가지만을 놓고 결과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너무 어린 나이부터 학원과 같은 형태로 공부에 노출되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이로운 것인지 계속해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분야라 우리 아이의 성향과 기질을 세심하게 신경 써서 그에 맞는 선택을 해야 될 것이다.


최근 영유 금지법과 관련하여 발행된 기사를 보면 흔히 말하는 4세 고시에 해당하는 나이는 22년생이다. 4세라고 말하면 꽤 큰 아이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 개월수로 보면 22년생이 2025년에 4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23년생인 딸이 1년 뒤에 4세 고시 나이가 된다고?

우리 아이보다 고작 한 살 더 먹은 아이들이 말하기, 작문 수업을 듣고 학원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영유를 금지하는 법안 발의는 또 다른 문제이다. 모든 분야에 있어서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은 결국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발의된 영유금지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영유금지법 법안 발의, 왜 이리 뜨거운가


이번에 발의된 '영어유치원 금지법'은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영어유치원은 흔히 유치원이라 불리지만, 유치원이 아닌 학원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요 내용은 아래 2가지이다.

36개월 미만은 영어 과목 교습 금지

36개월 이상에서 미취학 아동은 영어 과목 교습 하루 40분 제한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된 그 배경은 너무도 이해된다. 영유아 시기에 너무 이르게 조기 교육에 노출되면 아이의 뇌 발달이나 정서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상 깊게 읽었던 EBS 놀이의 힘에서도 아이의 감정, 본능과 연결되는 2단계 뇌 발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뇌피질 위주의 뇌 발달을 강제하게 되면 모래성처럼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4세 고시 경쟁이 심화되면서 4세 고시를 대비시켜 주는 입시학원마저 생겨났고, 이들 학원에서는 3월부터 9월까지 입시코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주변에서도 영어유치원에 이어 국제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를 꽤 접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이 참 남 일 같지 않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시험과 경쟁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발의 접수된 영유금지법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을 금지한다고 사교육이 없어질까?

영유를 금지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모든 엄마아빠들이 갑자기 영유를 보내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1:1 과외가 됐든 그룹형태의 소규모 수업이 됐든 해외로의 이민이 됐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교육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리라 생각한다.


비슷하게 학원 10시 제한 법이 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학원 및 과외교습소의 수업은 밤 10시를 넘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말 모든 학원들이 제한 시간에 맞춰 수업을 종료하고 학생들을 돌려보낼까? 여러 가지 편법을 통해 밤 11시, 12시까지 심야교습을 진행하는 곳이 많으리라 본다.


이번 영유금지법 또한 개인의 교육에 대한 자율권을 상당히 침해하는 내용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낮으리라 보지만, 만약 통과된다면 더욱 음지에서 이러한 교육이 이뤄지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에 따라 교육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어유치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아직은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일지, 우리 부부는 아이가 어떤 것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사지선다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객관식이 아닌 우리 부부에게 100% 달려있는 주관식 서술형 문제이고, 그동안 내가 풀어왔던 그 어떤 문제보다도 답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조기 사교육 시장을 법안 발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