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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영어도 못 뗐는데 한글 공부요?

4차 산업혁명과 놀이의 힘

by 요진

최근에 크게 공감하며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었다. 바로 'EBS 놀이의 힘'이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유아교육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떤지를 돌아본 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발행한 것이다.


30년 후 미래를 살아갈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이후 틈 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는 1가지이다.


30년 후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4가지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력, 협업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영유아기에 적절하고 충분한 놀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책은 강조한다.


'놀이'를 아이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것은 마치 사지선다형이 익숙한 부모 앞에 '자녀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라'는 주관적 시험지가 놓인 느낌이다.


나 또한 그랬다.


아이의 뇌 발달은 쉽게 3단계에 맞춰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아이의 생존과 본능과 연결되어 있고, 2단계는 유아기에 빠르게 발달하는 감정과 본능과 연결된다.


그리고 3단계는 1, 2단계 이후 발달이 이루어지는 영역으로 뇌의 대뇌피질이 주로 담당하며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흔히 일컫는 능력들이 이 시기에 발달된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3단계, 대뇌피질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2단계 뇌 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3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아기에 강제적으로 지적 자극을 받게 되면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너무 이른 나이에 조기교육을 한다거나 여기서 비롯된 4세 고시, 7세 고시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다.


아직 영어도 못 뗐는데 한글 공부요?

최근 서울 모 지역에서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있는 친구가 말하길 엄마들끼리 농담 삼아 이렇게 말한다고 전했다. 영어유치원을 보내다 보니 한글 공부를 집에서 어떻게 시켜야 하나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엄마들의 농담 섞인 한 마디였다고 한다. 언어 노출의 순서도 충격이었지만 유아기부터 얼마나 교육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항상 그 트렌드가 있었던 것 같다. AI 시대, 코딩이 중요하다고 하니 코딩 사교육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영어유치원이 주류로 자리 잡자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으면 마음이 무거운 지경이 됐다. 이러한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지금 아직 아이가 어릴 때 부지런히 자녀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더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런 방식의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경쟁력을 길러줄 수 있는 걸까?




앞서 설명한 뇌 발달의 2단계에서 우리 아이들의 감정과 본능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부모와의 애착관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통으로 강조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놀이"이다.


얼마 전 동갑내기 아들을 육아 중인 지인이 발달 상담을 받으러 다녀왔다. 여러 곳의 센터와 전문가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바로 '매일 부모와 아이의 1시간 놀이 시간'이었다.


매일 1시간 아이와의 놀이시간이라니...?

누군가에겐 다소 의아한 솔루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담 이후 매일 1시간 놀이터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놀라운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아이의 증상들이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계속 노력해보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와 놀 때에는 아래 3가지를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함께했다.


아이와 놀 땐 놀이에만 집중하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놀이에 동참하기

안전상의 이유가 아니면 아이의 놀이에 개입하지 말기

놀이터, 모래놀이, 물놀이 등 새로운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환경 제공해 주기


이 말을 전해 듣고 사실 반성 아닌 반성을 많이 했다. 아이와의 시간을 나는 얼마나 밀도 있게 채우고 있는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 주말에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각보다도 어려운 미션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1시간 아이한테만 집중하며 아이의 시선을 따라 아이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

목적 없는 놀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놀되 그 방식이나 종류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어려운 것들이다. 놀이에 100% 몰입하여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하는 부모가 많은 것도 이해가 된다. 나도 그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직 나도 나만의 정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중이다. 애초에 정답은 없는 문제이기에 모든 부모가 내리는 정답은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살아갈 시대에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은 대부분 주입식으로 가르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가 마주칠 여러 가지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할 수 있도록 어떻게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을까.


단순히 대학 입시만을 향해 아이가 달려가도록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하루하루 주변에서 전하는 많은 카더라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중이고, 그래서 더더욱 우리 부부만의 주관식 정답을 찾으려 애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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