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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미디어노출, 어떻게 해야 할까?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다

by 요진
이렇게 뜨거운 주제였다고?


지난주 두 돌 전 아이의 미디어노출에 대한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하루 만에 조회수 10만 회를 달성하더니 현재 그 영상은 약 10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응이 좋다는 건, 사실 그만큼 뜨거운 주제라는 것을 의미하고 누군가에게는 동감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댓글 알람을 받았고, 누군가로부터는 강한 긍정을 다른 누군가로부터는 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TV, 아이패드 등 세대 당 최소 3개 이상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요즘, 아이를 미디어에 전혀 노출하지 않고 키우는 건 가능할까?


미국소아과협회에서는 두 돌 전 미디어노출을 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듯 육아에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모든 것은 나와 아이를 둘러싼 상황과 그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돌 전 아이에게 미디어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육아를 쉽게 평가할 수는 없다. 평가하고 싶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짐한 것


하지만 디지털기기로 둘러싸여 일상을 보내는 이 시대에 나는 좀 더 어려운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최소 두 돌까지는 미디어노출을 하지 않기로. 그리고 만 1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종 디지털기기를 포함한 미디어노출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


업로드한 영상에 달린 댓글 반응들은 이러하다.


'그거 하나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못해주냐'

'미디어노출 안 하는 엄마는 집안일을 안 하는 엄마일 듯'

'이렇게 미디어가 많고, 디지털 기기가 많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아니냐'

'미디어노출 안 좋은 거 다 아는데, 난 안 하고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미디어노출과 항상 같이 언급되는 단어를 꼽아보자면, '팝콘 브레인', '뇌 발달' 등이 있겠다. 특히 두 돌까지 아기의 뇌는 초당 100만 개 정도의 시냅스가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잘 쓰지 않는 건 없어지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뇌에서 필요 없는 연결을 정리하는 이 과정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디지털 기기이다. 여러 가지 연구가 있지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스크린타임이 긴 3-5세 아이들의 뇌 백질 밀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뇌 백질은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로 문제처리 속도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기억력, 언어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서양에서 진행된 연구들의 대부분이 만 3세-5세 사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만 2세 이전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미디어 노출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인 듯 싶다.


이런 연구결과에 '미디어도 유익한 콘텐츠 위주로 잘 조절해서 노출해 주면 오히려 언어발달에 도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물론이다.


만 3세 이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각 연구의 설계에 따라 노출하는 미디어 콘텐츠의 질이나 양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모든 연구가 그렇듯 연구 설계나 결과가 일부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은 부모의 선택


답이 딱 정해진 문제지가 아니기에 모든 것은 부모의 선택에 달려있다. 미디어노출뿐만 아니라 사실 육아의 모든 순간순간이 그러하다.


브런치북의 다른 글에서도 적었듯 하나하나의 선택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리는 평가할 수 없어 더 어렵다. 수많은 요소와 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을 키워내기 때문에 하나의 요소가 미치는 영향만을 발라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선택의 하나로 나는 미디어노출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고, 어린 나이에 미디어노출을 하는 것 혹은 하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이 질문이 아주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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