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에서 이사급 이상의 위치에 있음에도 회사와 물리적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전엔 이러한 사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자녀 교육
직장과의 거리는 멀었지만, 해당 지역들은 모두 경기도의 학군지라 일컬어지는 곳들이었다. 서울 내에서 직장과도 가깝고, 학업 분위기도 좋은 지역들이 있지만 이렇게 모든 걸 갖춘 곳들은 가격이 비싸다. 결국, 예산에 맞는 주거지를 정할 때, 여러 가지 기준에서 한 두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온다. 그리고, 그분들은 모두 직장과의 출퇴근 거리를 포기한 셈이다.
심지어 한 회사에 대표로 계신 분조차 자녀 교육이 아직 끝나지 않아 사무실과 물리적 거리가 상당히 먼 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계셨다. 우리나라에서 자녀 교육이란 이런 것이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우연히 외국계 기업의 대표로 일하고 계신 분과 식사 기회가 있어 자녀 입시를 경험한 육아 선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2가지 있었는데, 둘 다 주제는 언어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대표님은 원래 영어유치원에 다소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대표님의 자녀가 어릴 때 기준이니 10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자녀들이 국제학교를 다니게 됐고 그때의 경험이 국내로 돌아와서 영어 성적에 굉장히 도움 됐다고 한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렇게 자신 있게 챙겨갈 수 있는 과목이 하나 있다는 것이 꽤 좋았다고. 그래서 최근엔 영어유치원에 대한 생각이 예전보단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최근 기사나 방송 등을 통해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연예인을 상당히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데, 연예인뿐 아니라 실제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꽤 늘어났다. 이유가 뭘까? 국내 입시에 대한 회의감과 나날이 치열해지는 입시 환경도 한몫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에 걸쳐 공부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함이다. 의대 열풍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아이와 부모가 같은 생각일 수는 없다. 이런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다가 국제학교에 가게 됐을 수도 있고, 해외 대학 입학을 고려하며 국제학교에 갔을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아이가 조금은 더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아이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도 선택지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것.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참 고민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우리의 언어, 국어에 대한 부분이었다. 영어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 끝에 던진 한 마디가 너무 공감되어 집에 돌아와 남편과도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에도 국내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팩터는 국어죠.
어떤 과목도 국어가 안 되면 힘들어요.
평소 나의 생각과도 많이 연결되는 지점이라 공감하며 들었다. 언니는 딸 의대 보낼 거냐는 지인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기도 했다.
난 문해력만큼은 꼭 키워주고 싶어
아이에게 키워주고 싶은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문해력이다. 숏폼의 유행으로 난독증을 호소하는 어른들도 상당히 많은 시대이다. 우리 아이만큼은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는 대신 글과 본인의 생각들로 그 시간을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스스로 꾸준히 읽고 생각하며,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대표님과의 짧은 식사 자리에서 자녀 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국 부모가 바라는 건 크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한 회사의 대표 자리에 있는 사람조차 자녀 교육은 참 어렵고, 고민거리를 안겨준다는 사실도. 어쩌면 정답이 없는 길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모두의 동일한 한 가지 목표를 만들고, 지금의 입시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 대표조차도 자녀 교육은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에서 조금은 그 분과의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