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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글쓰기를 시작하며

by 윤혁

최근 회사 팀장님의 추천과 대표님의 지원으로 자청의 '초사고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사실 회사일에 더 빨리 적응하고 능숙하게 처리하기 위해 들은 강의인데, 생각보다 더 다양한 방면으로 자극을 받았다.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이 브런치 스토리 또한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몇 년 동안 미루다가 이제야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게 되었다.


사실 나는 게으른 사람이기도 하고, 많은 것들을 머릿속의 공상으로 남겨두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아마 제목에서도 그렇고, 자청의 강의에서 무엇을 배웠길래 몇 년간 미룬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사실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살면서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몰라도 되는 그런 것들이다. 애매한 답변을 해서 미안하지만 내가 그런 인간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게으른 나를 노트북 앞에 앉게 해 이렇게 소소한 글쓰기를 시작하게 했다는 점에서 강의의 유익함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자청의 '초사고 글쓰기'에서 말하는 글쓰기의 종류에는 '내적 글쓰기'와 '외적 글쓰기'가 있다.


내적 글쓰기는 간략하게 자신이 읽은 책이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말한다.


외적 글쓰기는 간단히 말해서 어떤 이해관계가 포함되어 있는 글쓰기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를 설득한다거나 어떤 상품을 홍보하거나 브랜딩 하는 것들이 이에 포함된다. 회사일에 도움 되는 스킬도 이 '외적 글쓰기' 강의 파트에 들어있고, 회사에서 이 강의를 들어보라고 한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사업가이자 자기 계발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자청은 어떤 글쓰기의 중요성을 더 강조했을까?


사실 나는 자청이 돈 얘기,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마케팅 회사를 운영한다는 걸 강의를 듣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자기 자랑을 거의 10분마다 하는 사람이라 좀 재수 없는 면도 있었다. 또한 그의 유튜브 채널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제목이나 썸네일을 다소 자극적(내 개인적인 기준)으로 뽑는 편이다.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것도 사적인 내적 글쓰기보다 사업에 도움이 되는 '외적 글쓰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10번씩 보라고 한 파트도, 이걸 하면 각자가 살아가면서 겪는 무수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 파트도 바로 '내적 글쓰기'였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자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앞서 내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 눈치챘겠지만, 난 자청 같은 유형의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돈은 당연히 좋아하지만(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 중에 돈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종교에 귀의한 사람이나 백치, 혹은 그런 척하는 사기꾼밖에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돈이 1순위 가치는 아니었다.


성공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성공하고 싶긴 하지만 그리 야심이 큰 인간은 아니다. 재벌이 되고 싶다거나, 자청이 입 아프게 자랑하는 1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강의를 듣기 전부터 늘 성공, 성공 외치는 그의 태도와 강의에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 강의를 듣기 시작했을 땐 회사에 도움 되는 파트만 쏙쏙 빼먹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강의 초반에는 자기 자랑을 유독 많이 하기도 했으니, 그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견해와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은연중에 강해졌던 건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챕터 3 '내적 글쓰기' 파트를 들으며 내가 평소에 했던 생각을 그의 입에서 들었다.


자청이 말하는 '내적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주기 때문도, 월 200 벌던 사람을 월 500을 벌게 해 주기 때문도 아니다.


글쓰기가 사람을 치유해 주기 때문이다.


난 평소 '재벌로 태어나면 정말 고민이 없을까?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미남미녀로 태어나면 고민이라는 게 사라질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왠지 그들도 사람이니까 그들에게도 나름의 문제가 있을 거라는 데 마음이 간다.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완전히 내 일처럼 생각하는 게 불가능하다. 나는 '난 널 완전히 이해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어떤 부정적인 뉘앙스로 하는 말은 아니다. 사람은 딱 필요한 정도의 상상력만 가지고 있는 게 살아가는 데 용이하다. 만일 우리가 상대방의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며 통곡을 하고, 고통받으며 금세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뉴스는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고, 세상 사람들은 서로 단절되겠지..?


어쨌든 이야기가 샜지만, 그들도 불안을 느끼고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어떤 인간이든 자신만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건 남이 완전히 이해해 줄 수도,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 말은 곧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본인뿐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난 글쓰기가 그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해결해 줄 수도 있고, 혹은 해결은 안 되더라도 그 문제를 안고 살아갈 수 있게끔 해줄 것이다.


물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나는 그 문제를 안고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글쓰기가 그렇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는 '행복'에 다가가는 한 발자국이자 일부가 아닐까?


나도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이야기로 서론을 너무 길게 끈 것 같다.


정리하자면, 나도 치유를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내적 글쓰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 자리를 빌려 자청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내가 주로 쓸 종류의 글은


1. 읽은 책 리뷰

2. 내 개인적인 이야기


두 가지가 될 것이다.


나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내가 읽은 책을 더 깊게 음미하기 위해 글을 써서 정리해 보고 떠오른 바를 기록할 생각이다(어디 낼 논문도 아니니 퀄리티나 양은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올해 서른 살의 남자다. 그리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나도 날 괴롭히는 문제와 내 발목을 잡는 기억들이 있다. 그 기억에 대해 기록함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개요를 마치며.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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