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밀턴의 [실낙원] : 루시퍼는 왜?

책 리뷰 첫 번째, '자유'가 도대체 뭐길래?

by 윤혁

※ 존 밀턴의 [실낙원]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난 성경을 안 읽어봤다. 종교도 없기 때문에 어떤 종교적인 용어나 개념을 틀렸을 수 있다.

잘못된 '정보'는 무조건적으로 정정하겠으나 나의 '생각'이나 '견해'는 그럴 생각이 없다.

감안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마음은 마음이 제 집이라, 스스로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어디 있은들 무슨 상관이랴. 내 언제나 다름없다면?
다만 벼락 때문에 위대한 '그'보다 좀 못할 따름, 본연의 나 그대로라면?
적어도 여기에는 자유가 있겠지."



난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존 밀턴의 [실낙원]을 읽는 게 초반엔 꽤 힘들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루시퍼, 즉 사탄에게 마음이 가서,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아담과 하와를 꼭 닮아있어서 점점 재미있어졌다.


사탄에게 마음이 갔던 이유는 하나다.


그가 '자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도대체 왜 반역을 저지른 걸까? 그는 대천사다. 아니, 대천사였다. 그냥 하나님 밑에 있었으면 대천사로서의 권세와 영광을 쭉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 손에 만들어진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강한 존재가 대천사 아닌가.


그런데 루시퍼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권태로웠을까?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자신이 누리고 있는 건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루시퍼는 자신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에게 반역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와 뜻을 함께한 천사들이 전체 천사들의 30%나 된다. 다들 천국 생활이 어지간히도 지겨웠나 보다.


뭐 지겨우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되는 법이지. 지겨워야 '진정한 자유가 무엇일까'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질문, 어떻게 보면 오만하면서 사치스러운 질문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결과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대로다.


다들 하나님의 벼락과 하나님의 군대인 대천사들에게 흠씬 두드려 맞고 세상 저편으로, 지옥으로 떨어진다. 이제부터 그는 대천사 루시퍼가 아니라 '사탄'으로 불리게 되며, 힘도 예전만큼 쓰지 못한다.


그렇게 또 유명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탄이 앙심을 품고 하나님의 또 다른 창조물인 아담과 하와를, 특히 하와를 유혹해 하나님이 '이것'만은 하지 말라고 한 일을 하게 만든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모든 생명, 그러니까 동물이나 식물을 지배하고 통치할 수 있는 권한도 줬다. 말 그대로 놀고 싶으면 놀고, 먹고 싶으면 먹고, 쉬고 싶으면 쉬는 거다. 낙원이 괜히 낙원이 아니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되는 거다. 딱 하나만 빼고.


그건 바로 선악과를 먹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거 빼고 모든 걸 다 허락했는데, 뱀으로 변한 사탄에 꾐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게 된다. 그래서 그들도 낙원에서 쫓겨난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낙원에서 죽지도 않고 맨날 탱자탱자 놀 수 있는데.. 그들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하나를 왜 어겨서... 후손들을 이렇게 고생시켜...)


그런데 이 흐름, 이 맥락 왠지 전에 본 것 같지 않은가?


난 여기에 인간이란 존재의 비밀이, 그리고 대천사였던 루시퍼의 비밀이 있다고 생각한다.


루시퍼도 그렇고, 루시퍼의 꾐에 넘어간 최초의 인류도 그렇다. 그들은 권태로웠던 것이다.


나는 앞에서 매일 놀고, 먹고, 쉬는 게 '낙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진짜 매일이 휴일이면 인간은 행복할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날이 있기에 휴일이 달콤한 것이고, 휴일이 있기에 또 땀 흘리며 일하는 날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거 아닐까? 난 인간이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나만 쭉 하면 재미없다. 그리고 가끔은 꼭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더 호기심이 가고 관심이 갈 때가 있다.


난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루시퍼도, 하와도, 아담도 내심 지겨웠던 거 아닐까? 매일 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리고 매일 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으로 '매일')


어찌 됐든 그들의 생(?)은 행복 끝, 개고생 시작이다.


그리고 난 그것 때문에 그들에게 마음이 간다. 꼭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말이다. 우린 천국을 경험해 보지도, 낙원을 경험해보지도 못했지만, 설령 그렇다한들 골 때리는 판단을 하고 다시 쫓겨나서 힘겹게 살아갈 확률이 높지 않을까? 나의 주관적인 견해지만 왠지 그럴 인간이 더 많을 것 같다.


오늘도 낙원에서 쫓겨나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제2, 제3의 아담과 하와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존 밀턴의 [실낙원] 리뷰를 마친다. 마음은 마음이 제 집이니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러분 본연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충분히 '자유'롭게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린 가끔 귀여운 사고만 치고, 루시퍼나 아담과 하와처럼 너무 큰 사고는 치지 말자. 그러려면 '겸손'이라는 덕목도 어느 정도 배워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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