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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페스트]: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책 리뷰 두 번째, 우린 전부 자신만의 '페스트'를 앓고 있다.

by 윤혁

타루 曰 "그렇습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성실, 청렴,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평생 읽고 싶은 작가가 두 명 있는데, 그중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아직 비밀이다 ㅎㅎ)


그리고 그의 작품 중 <페스트>는 거의 반기에 한 번씩은 읽는 것 같다.

내용이나 전개도 다 아는 소설을 뭐 하러 반년마다 읽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그 정도 기간마다 타루나 리유가 보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그랑이 보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랑베르도 파늘루도 다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카뮈가 보고 싶어 진다.


난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내가 느꼈던 생각을, 아니, 생각이라 하기에도 거창한 어렴풋하고 추상적인 느낌을 이 책이 설명해 주는 걸 느꼈다. 한 20대 초중반부터 왠지 모를 위화감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그런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 건지는 설명해 보라고 하면 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말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그런 걸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런 치울 수 없는 느낌이란 게 점점 강해졌다. 군대를 갔다 와서도 그랬다.


그런 위화감의 정체를 카뮈의 <이방인>을 읽으며 언어화할 수 있었고, <페스트>가 그 위화감을 안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해결책이었다.


그 '느낌'이란 건 여러분들도 다 알고 있는 간단하면서도 자명한 사실이다.


"삶은 부조리하다."


삶은 불공평하다. 영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난 100의 노력을 했는데 결과는 50도, 심지어 그마저도 안 나온다. 난 몇 년 노력해서 한 일을 어떤 이는 한 달 만에 해버린다. 난 이 일에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일에 재능만 있다면 다른 건 다 가져가도 좋은데, 그런 건 꼭 주지 않는다. 난 사랑하는데, 그 사람은 날 사랑해주지 않는다. 난 사랑하지 않는데, 그 사람은 날 너무 사랑해 준다.


난 그런 것들이 어느 순간 잘 이해되지 않았다. 뭐랄까.. 이 구조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카뮈는 그런 철학을 덤덤하게, 말 그대로 유난 떨지 않으면서 이야기해 준다. 솔직히 <이방인>의 뫼르소는 덤덤하다 못해 건조할 정도다. '건조하다'는 건 설명을 좀 해줬으면 하는 일에 설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설명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먼지가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먼지는 가득한데 환기는 안 하는 거지..


이야기가 좀 샜지만, 내가 30년 가까이 살면서 알아낸, 혹은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유일한 '진리'다.

(거창하게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난 그게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믿는다)


삶이 너무 부조리하다. 살아가면서 삶한테 뒤통수를 맞는 일이 너무 많다. 일이든 사랑이든, 그 어떤 것에서도 이 명명백백한 사실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난 상처를 받았다. 앞뒤가 안 맞는 세상의 시스템에 뒤통수를 맞아서 얼얼하다. 그러면 삶은 살만한 게 못 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한테는 <페스트>였다.


타루는 말한다. 자연스러운 건 병균이라고. 즉 삶은 내가 어렸을 때 생각한 것처럼 깨끗하고 도덕적이고 마냥 아름답게 흘러가는 곳이 아니라 부조리하고 불공평하게 흘러가는 것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면, 그것이 크든 작든 마음의 상처를 만든다. 살면서 생긴 그 상처는, 안 그러면 좋으련만, 대개 페스트처럼 지독하다.


그래서 타루는 말한다. 페스트에 걸린 사람은 스스로를 잘 살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독들을 남에게 전염시킨다고.


결론적으로 우리는 어느 정도 다 병자니까, 늘 스스로를 잘 살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요즘 사적 제재도 너무 심해지고, 유튜브를 보면 서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다. 요즘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페스트를 너무 쉽게 남에게 옮기는 것 같다. 내 착각이길 바라지만.. 요즘 사회적인 이슈도 많고, 취직 같은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도 많아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들에게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권해주며 책 리뷰를 마친다.

(이 작품은 꾸준히 다룰 것이다. 아직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너무 피곤하다...ㅎㅎㅎ)


좀 뜬금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인 <멜로가체질>의 손범수 감독(안재홍 배우)의 대사로 마무리할까 한다. 왠지 잘 설명하지 못하고, 이야기하지 못한 것들을 대신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손범수 : 댓글에다가 욕하고 그런 사람들 다 외로워서 그래

임진주 : 아니, 외로워서 사람이 사람 죽이면 그게 사람이야?

손범수 :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원래 세상은 조금 더 착한 사람들이 조금 더 애쓰며 살 수밖에 없어요. 나쁜 놈들한테 세상을 넘겨줄 순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우린 지구를 지키고 있는 거야..!


오늘도 지구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다들 좋은 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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