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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책 리뷰 아홉 번째, 골 때리는 이 드라마가 '인생책'이 된 이유

by 윤혁

일전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소개할 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좋아하는 2명의 작가가 있다고. 오늘 다른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영하 작가님의 책에 나오듯이, '사람이 신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선 살인자가 되거나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라는 말에 개인적이면서도 자그마한 진실성을 느꼈다면, 도스토예프스키야 말로 신의 기분을 느껴보고, 신에 가장 근접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런 사람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자, 나에겐 정점의 작품이다. 그리고 반년마다 꺼내봄으로써 늘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사실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는 너무 많다. 방대한 양인 데다가, 양 그 이상의 철학적 가치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살아오면서 느꼈던 그 모든 감정과 사상이 녹아있는 책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n회차 회독을 하며 지금 바로 떠오른 이 질문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나는 살고 싶어. 논리를 거역해서라도 살고 싶어."라고 말한 이반은 얼마나 삶을 사랑한 걸까?


이반은 극도로 논리적인 사람이다. 말 그대로 세상을 이성으로서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카뮈의 책을 리뷰하면서도 말했지만 세상은 '부조리'하다. 부조리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계속 이해하려 하고 해석하려 하고 알아내려 할수록 아리송해지고, 실망하고, 단념하게 되고, 회의적이게 된다.


그가 삶을 이성으로서 이해하려고 했을 때, 그 이성을 감성, 용서, 사랑, 겸손으로 모난 부분을 깎아주지 않았을 때, 그는 이미 파멸의 길을 들어선 것이다.


그의 가치관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로 한 마디로 정리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파멸될 것을 알았을까? 나는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똑똑한 인물이니까.


<죄와 벌>에 라스콜니코프가 소냐에게 고백했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라스콜니코프는 이반과 상당히 접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소냐, 내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 나한테 '인간은 '이'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 순간, 나에게 인간은 '이'가 될 수 없음을, 나한테 '내가 '나폴레옹' 같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른 순간, 나는 나폴레옹 같은 인간이 될 수 없음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알고도 저지른 거야. 끝을 보기 위해서."


이반도 똑같았다. 그는 그의 이성이 내린 결론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파멸'이었을 뿐.


난 이반이 삶을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을 조금만 사랑했다(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말은 알료샤의 말을 표절한 것이다). 혹은 삶을 더 깊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면서도 행하지 않았다. 어떠면 몰랐을 수도 있겠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았으니 진정 알았다고 하기는 어려우려나? 어쨌든 그 때문에 이반은 삶을 조금만 사랑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의 패착은 이 부조리한 세상을 그의 머리로만, 이성으로서만 이해하려고 한 데 있다. 내가 이반을 사랑하는 이유가 그가 끝을 알고도 밀어붙여서인지, 내가 그와 닮아있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이반이 정이 많이 가고, 그가 부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을 때마다 한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부활이다.


'부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이반의 동생이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중 막내인 알료샤에게 있다. '저열한 대지의 힘'을 상징하는 카라마조프가의 사람들에게 신성한 빛이자 게루빔인 알료샤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모든 등장인물들의 '등불' 같은 존재다.


알료샤는 사랑, 화합, 연결, 겸손 등의 가치가 현현된 인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메시지가 있고, 여기에 이반이 삶을 깊게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


사랑하고, 화합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겸손할 줄 알고,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삶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체험'하자. 그리고 체험하는 방법을 알료샤가 말해주고 있다.

새로운 날이 밝았다. 이 글을 읽는 모두 삶을 '체험'하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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