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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책 리뷰 네 번째, 진정한 '행복'에 대하여

by 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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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완전하게 행복한 세상'일 것이다.


이곳은 완벽하게 모든 것이 계산된다. 태어나는 것도 캡슐에서 정해진 능력을 부여받고 태어난다. 능력에 따라 계급이 결정된다. 캡슐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부모와의 유대 관계도 없다(심지어 그들은 '어머니''아버지'를 불쾌하고 낯부끄러우며 촌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유대 관계가 없으니 상실의 슬픔도 없다. 죽는 시기도 다 정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죽는 것에 대한 학습을 하기 때문에 죽음도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쾌락을 배우기 때문에 가벼우면서 얕은 쾌락을 평생 즐기며 산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공유한다는 슬로건 아래, 특별하고 애틋한 감정이 없는 그런 단순한 쾌락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고통, 고난, 노화, 덧없음, 슬픔, 상실, 두려움, 아쉬움, 사랑, 애틋함, 희생, 질투.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이 깊게 자라날 여지가 없다. 이러한 것들을 느낄라치면 '소마'라는 마약으로 그 모든 것들을 마비시키고 날려버린다.


완전한 행복과 쾌락, 그리고 안정만이 존재하는 이곳이 바로 '멋진 신세계'다.




우리는 늘 버릇처럼 '행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월요일에 눈을 뜰 때, 통장 잔고를 볼 때, 야근을 하고 집에 갈 때, 외로울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상사한테 혼날 때, 수많은 상황 속에서 우린 불행을 느끼고 행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우리를 괴롭히는 수 십, 수 백 가지의 골칫거리들이 싹 사라졌으면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진정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진정으로 안정적인 상태가 될 수 있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되면 우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마 존 밀턴의 <실낙원>을 리뷰하면서도 했던 이야기 같다. 월요일에 눈을 떠 열심히 일을 했기에 금요일 저녁과 주말이 달콤한 거 아닐까? 늘 부족한 주머니 속에서도 조금씩 모으고 모아서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산다면, 그래도 기쁘지 않은가?(늘 원하는 걸 살 수 있고, 가질 수 있다면 진정 우리는 그것을 원하게 될까?) 야근을 하고 진이 다 빠져도, 이 경험이 내 최종 목적지로 가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하면 뿌듯하지 않은가?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사랑'을 할 때의 기쁨과 행복을 알 수 있는 거 아닐까?


난 고통과 행복이 동전의 서로 다른 면일뿐,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고통과 불행, 불안이 있기에 행복과 평안을 느낄 수 있는 거 아닐까?


인생에서 고통은 빼놓을 수 없다. 고통을 피하고 외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현실에도 많은 소마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일차원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고통을 외면하고 도망간 곳에 있는 그 모든 것이 일종의 소마가 아닐까? 게임, SNS에 너무 과한 시간을 쓰고 있다면, 혹은 너무 부정적인 마인드로 그러한 것들을 소비하고 있다면(악플, 악질 채팅) 그것이 본인들의 소마일지도 모른다.


<멋진 신세계>에는 인간들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정해져 있다. 즉,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운명은 어떠한가? 아마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르니까. 그러나 이 운명은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차곡차곡 만들어 나간다. 물론 운명이란 것이 그렇듯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고 성공하진 않을 것이다. 바라는 모든 것이 이뤄지고, 성공하며, 아쉬울 것 하나 없이 눈을 감는 그런 완벽한 삶과 운명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멋진 신세계>식 운명이다. 나는 나의 운명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운명을 기다릴 것이다.


고통을 직면하고, 또 헤쳐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왠지 모를 동료애가 느껴진다. [못생겼지만 '나'다운 신세계]('나'는 오로지 이 세상에 한 명밖에 없으니 어느 누구에게나 새로운 세계, 즉 신세계가 맞다)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가수 너드 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 한 곡을 추천하며 마치도록 하겠다.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내일 월요일 아침을 기분 좋게 맞이하도록 하자!(나 포함)


다들 좋은 밤 좋은 꿈.




"진지하게 신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악한 쾌락으로 인해 몰락하도록 자신을 방치하진 않았을 거예요. 고난을 인내심으로 이겨내고, 용기를 내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목적의식을 찾아낼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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