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다섯 번째, '기억' 하기에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이란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건 사랑하는 대상의 무언가를 기억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쉬는 날엔 무얼 하고 싶어 하는지, 돈을 벌어서 무엇에 쓰고 싶은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등등.
사실 개인적으로 사랑은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소모가 심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돈도 많이 쓰게 되고, 카톡 답장도 꾸준히 해줘야 한다. 주말에 쉬고 싶어도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할 때도 있다. 아마 늘상 그렇지는 않더라도 사랑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고충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 걸까?
그 사람이 아른거리기 때문이 아닐까? 무언가를 오물오물 먹는 모습을 볼 때, 간단하게 온 카톡 답장에서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콕 찝어서 해줄 때, 영화에 푹 빠진 모습을 볼 때, 열심히 번 돈으로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겨줄 때 등등..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기억'에 남기 때문이 아닐까?
그 대상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우리는 그 상대방에게 신경을 기울여 파악하고 기억하려 애쓴다. 나는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적인 행위로써 설명할 수 있다면 바로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사랑에 능숙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사랑에 열심이인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을 하길 바라고 있다.
그럴 기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사랑해 봐야지. 그 사람의 모든 걸 기억하고 아껴줘야지.
다윈이었나? 어떤 유명한 학자는 큰 종이 한가운데를 펜으로 쫙 긋고 나서 결혼해야 할 이유,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깊게 생각해 보고 논리 정연하게 정리했다고 한다. 정리한 결과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훨씬 많았다.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그는 '결혼한다'로 정했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고 머리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겠지. 역시 진정한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
우리 모두가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그리고 기억함으로써 끝끝내 사랑하게 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마친다.
"어쩌면 한 사람의 역사를 알면 그 사람을 쉬이 미워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소연 <그 개와 혁명>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