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여섯 번째, 뇌과학에서 삶의 길을 찾는 방법
정재승 교수님은 예전 <알쓸신잡>에 나왔을 때부터 팬이었다.
일단 정 교수님은 목소리가 굉장히 좋다. 조곤조곤 말하시는 스타일이라 설득력도 상당한 편이다. 그래서 강연에도 많이 초청받는 게 아닐까 싶다.
<열두 발자국> 이 책의 내용이 그렇다. 정 교수님이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으로, 친근한 대화체로 진행돼 읽다 보면 정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생에서 논의할 만한 열두 가지 주제를 뇌과학에 기반해 설명하고 논의하는 내용이다.
1부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고민, 인생사에 있어서 거의 모든 사람이 갖고 있을 만한 문제를 뇌과학에 기반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햄릿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인생에서 후회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간에게 놀이가 왜 중요한지 등 살면서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고민을 다룬다.
2부는 미래에 올 세상, 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뇌과학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을지에 대해 논의한다.
요즘 다양한 AI 툴을 공부하고 있어 2부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역시 나는 1부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왜냐하면 내가 우유부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햄릿 증후군까지는 아니어도 고민을 많이 하거나,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하는 쪽'보다 '안 하는 쪽'을 선택할 때가 훨씬 많다.
물론 어떤 일이냐에 따라 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고, 안 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그런 건 아무리 봐도 제 3자가 평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하든 하지 않든 '본인이 그 일을 훗날 회상했을 때 후회가 얼마나 남느냐'인 것 같다.
내가 내 과거를 돌아봤을 때, 아무래도 후회가 꽤나 남는 편인 것 같다. 그것도 '안 해서 하는 후회'
물론 이 후회에 눈이 멀어 나에게 남아있는 날들을 망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그때 그거 해볼걸'하는 후회가 누적된다면 정말이지 눈이 멀어 내 앞날을 망칠 것 같다. 그래서 난 앞으로는 웬만하면 '한 번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정 교수님의 <열두 발자국>에서도 말한다.
'GO / NO GO' 순간에 'GO' 버튼을 누르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경우가 많다.
... 그래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면 우선 실행에 옮길 필요도 있다.
<열두 발자국> 45p
그래서 이 어느 정도가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일까?
미국 해병대에는 70% 룰이 있다고 한다. 즉, 70% 확신이 들면 95%까지 기다리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가 95%의 확신을 원하는 인간이라서 이 말이 굉장히 와닿았다.
물론 이 70%의 확신은 무모한 도전이 아닌 대담한 도전의 70%여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도 나오지만 인생은 한 번이고, 우리가 이루려는 대개의 중요하고 대단한 일들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한다. 고로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인생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무언가 하나라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이든 가정이든, 우리가 생각하는 그 모든 대단한 것들을 이뤄내기 위해서 말이다.
고로 우리는 신중하면서 대담하게 나아가도록 하자.
신중함이 섞인 고민, 정보, 그리고 즐거움, 희망, 기대 모든 것들을 꾹꾹 눌러 담아서 70%가 됐다 싶으면 출발하도록 하자. 95%가 넘어버리면 오히려 터져버리거나 김이 새 버릴지 모른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해주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다.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햄릿'들에게 정 교수님의 <열두 발자국>을 추천하며 마무리하겠다.
다들 좋은 밤 되기를.